[미디어펜=유태경 기자]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비용 정산을 두고 벌여온 런던 중재가 정부 권고로 국내로 이관된다. 겉으로는 집안싸움이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두 기관이 자율적으로 합의했을 때 뒤따를 수 있는 '사후 책임'을 정부가 분담해 준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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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4호기 전경./사진=한전 |
산업통상부는 한국수력원자력이 한국전력을 상대로 UAE 바라카 원전 건설과 관련한 공기 연장과 추가 역무 수행에 따른 비용을 청구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영국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신청한 중재를 대한상사중재원(KCAB)으로 이관하도록 27일 두 기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권고안은 단순히 중재기관을 변경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두 기관이 정기적인 협의체를 열고 근본적인 합의 방안을 지속 논의할 것을 강조했다. 다만 강제성은 없기에 각 기관 이사회 심의·의결 등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자율적으로 이행하게 된다.
이같이 두 기관이 수백억 원의 소송비용이 발생하는 LCIA로 향했던 표면적인 이유는 UAE 바라카 원전 공사 비용 정산 합의 실패다. 한수원은 한전 귀책으로 공기 지연과 추가 역무 등이 발생했다며 약 1조4000억 원의 추가 비용을 한전에 요구하고 있다. 한전은 1~4호기 공기 지연에 따른 비용 등을 발주처(ENEC)에 청구해 협의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경영진의 법적 책임 회피 의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전 건설 지연에 따른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임의로 합의에 응했다가는 향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를 뒤집어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중재 신청 계기가 배임에 대한 책임 문제였다"며 이를 벗어나기 위해 중재라는 절차를 선택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가 이번에 공식 권고안을 의결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정부 지시에 따른 이행'이라는 명분을 제공함으로써 자율 합의 시 발생할 수 있는 배임 리스크와 책임 추궁에 대한 부담을 행정적으로 덜어주려 했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공공기관 간 분쟁으로 과도한 소송 비용이 발생될 수 있다는 점과 중재 과정에서 원전 관련 민감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또한 체코 원전 등 추가 수출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원팀 코리아'의 내부 분열은 대외 신뢰도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산업부가 단순히 장소를 옮기는 것을 넘어 '정기 협의체'를 통해 자율적 합의를 압박한 것도 국제사회에 더 이상 불협화음을 노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는 한전(수출 총괄)과 한수원(시공·운영)으로 이원화된 현재 원전 수출 체계가 정산 국면에서는 '남남'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결함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수주 단계에서는 한 팀이지만, 돈을 나누는 단계에서는 각자의 재무제표와 주주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상충 관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중재 이관을 계기로 원전 수출 체계 전반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과 한수원이 독립적인 관계이다 보니 정산 이슈에서 입장이 갈릴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제3의 통합 기관을 설립하거나 수출 체계를 일원화하는 방안 등 본질적인 해법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했다.
문신학 차관은 "공직자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할 일을 할 수 있게 기관장이 확실히 책임지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적극행정 활성화 및 공무원 보호방안을 완비했다"며 "담당 공직자들이 불필요한 법적 리스크나 책임 추궁에 대한 두려움 없이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호·지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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