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산업가속화법 임박 중국 자본 49% 묶는다
200GWh 현지 설비 갖춘 K배터리 반격 시작
중국 독주 막는 규제 훈풍에 현지 공장 풀가동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밀려 점유율이 반토막 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중대한 반전의 기회를 맞게 됐다. 유럽연합이 역내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산 배터리를 직접 겨냥한 강력한 보호무역 법안을 꺼내 들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일찍이 구축해 둔 현지 생산 설비를 토대로 유럽 시장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전경./사진=LG에너지솔루션


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최근 수년간 크게 위축됐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70%를 웃돌며 압도적인 1위를 자랑했던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최근 30%대 중반까지 급감했다.

그 빈자리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워 극단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 기업들이 고스란히 차지했다. 전기차 캐즘 현상으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값싼 중국산 배터리 탑재를 대폭 늘리며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 세계 1위 중국 CATL을 비롯해 BYD 등은 유럽 내 점유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한국 기업들을 매섭게 배제했다.

이러한 불리한 상황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발표할 예정인 산업가속화법은 국내 업계에 강력한 훈풍으로 작용하게 됐다. 해당 법안의 핵심은 전기차와 배터리 등 주요 전략 산업 부품의 역내 조달 비율을 엄격하게 강제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40%를 초과하는 특정 국가의 자본이 유럽 현지 생산 시설에 투자할 때 그 지분율을 49%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전 세계 배터리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 자본의 유럽 내 확장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노골적인 견제 조치로 해석됐다. 중국 기업들이 관세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헝가리나 스페인 등에 공격적으로 단독 공장을 짓던 행보에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중국 자본의 발이 묶인 틈을 타 국내 배터리 3사는 발 빠르게 현지 설비 가동률을 끌어올리며 수주 물량 확보에 나서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생산 기지를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했다. SK온과 삼성SDI 역시 헝가리 괴드와 이반차 등에 대규모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양산 채비를 완벽하게 완료했다. 이들 3사가 유럽 역내에 이미 확보한 배터리 생산 능력은 연간 200GWh에 육박해 현지 수요를 즉각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완벽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유럽 현지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략 수정 움직임도 국내 배터리 업계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게 됐다.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 등 주요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강력한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면서도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산업가속화법 도입으로 중국산 배터리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이들은 검증된 기술력과 막대한 역내 양산 인프라를 동시에 갖춘 한국 기업들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기존 주력 제품인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 외에도 가격 경쟁력을 대폭 높인 미드니켈 및 리튬인산철 배터리 라인업을 유럽 공장에 신속하게 투입하는 전략도 병행하게 됐다. 이를 통해 K-배터리는 프리미엄 시장부터 보급형 전기차 시장까지 유럽 내 다양한 고객사의 요구를 빈틈없이 충족하며 잃어버린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회복하겠다는 구상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다만 이번 법안이 온전한 축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도 산적한 것으로 파악됐다. 배터리 완제품을 유럽 현지에서 조립한다고 해도 그 속을 채우는 양극재나 전구체 등 핵심 소재를 여전히 중국에서 들여온다면 규제망을 완전히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따라 에코프로비엠이 헝가리 데브레첸에 대규모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스페인에 동박 공장을 짓는 등 K배터리 소재 생태계 전반의 현지화 작업도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 광물 채굴부터 제련, 소재 가공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완벽한 탈중국 공급망 구축이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구축된 대규모 유럽 현지 생산망이 이번 보호무역 체제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며 "가동률을 최대로 끌어올려 잃어버린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회복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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