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해외여행 수요 회복과 노선 확장, 항공사 통합이라는 대형 변곡점을 맞은 국내 항공업계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걸고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외형적 성장에 걸맞은 내부 안전 관리 체계를 고도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정비 인프라 확충, 기단 현대화, 정비 인력 확대, 예지 정비 시스템 도입 등 안전과 직결된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며 운항 기반을 재정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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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국제공항에 위치한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 앞에서 보잉777-300ER 항공기 세척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사진=대한항공 제공 |
◆ 대한항공·아시아나, 안전 체계 선제 정비
대한항공은 안전 운항 기반 강화를 위해 대규모 정비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인천국제공항 첨단복합항공단지 내 6만9299㎡ 부지에 중대형 항공기 2대와 소형 항공기 1대를 동시에 정비할 수 있는 신규 정비 격납고를 신설한다. 총 1760억 원이 투입되며 2027년 착공, 2029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인천 영종도에 5780억 원 규모의 엔진정비클러스터를 구축해 2027년 완공할 계획이다. 차세대 엔진 도입과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 증가할 정비 수요에 대비한 선제 투자다. 경기도 부천에는 미래항공교통(UAM) 및 항공안전 연구개발 센터 신설도 추진 중이다.
조직 차원의 변화도 병행했다. 올해 1월 항공안전전략실을 부회장 직속으로 격상해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했다. 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통합에 앞서 운항승무원 정기 훈련 프로그램을 표준화했다. 양사 훈련 체계를 선제 통합함으로써 통합 초기 운항 혼선을 최소화하고 일관된 안전 기준을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아시아나항공은 경년 항공기 신뢰성 강화를 위해 A330·B777 기종의 정비 방식을 보강하고 A330·A321 엔진 점검 주기 단축과 수리 범위 확대 등 엔진 신뢰성 개선 조치를 시행했다.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한항공과 전사 안전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또 한진 계열 5개 항공사는 지난 1월 26일부터 기내 보조배터리를 활용한 전자기기 충전 및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증가하는 기내 화재 위험에 대응한 강화 조치로 의료 목적 장비에 한해 예외를 인정한다.
◆ LCC, 기단 현대화·예지 정비·훈련 고도화 경쟁
LCC(저비용항공사)들도 안전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항공은 B737-8 도입을 지속하며 경년 항공기를 순차 반납해 평균 기령을 낮추고 운항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다. 올해는 구매기 7대를 도입할 예정이며 현재까지 1대 도입을 완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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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항공은 B737-8 도입을 지속하며 경년 항공기를 순차 반납해 평균 기령을 낮추고 운항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다./사진=제주항공 제공 |
훈련과 정비 체계도 강화했다. 보잉과 역량 기반 훈련 및 평가와 관련한 협약을 체결했으며 모의비행훈련장치(FTD) 2대를 활용해 실제와 유사한 환경에서 비정상 상황 대응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AWS(아마존웹서비스)의 AI 기술을 접목한 예지 정비 체계도 고도화했다. 부품 교체 이력과 운용 패턴을 분석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정비에 나서는 방식이다. 회사 측은 안전 강화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관련 투자와 시스템 고도화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티웨이항공은 정비 인력 확충을 안전 투자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신입·경력 정비 인력과 정비 전문 강사를 지속 확보하며 현장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LCC 최초로 인천국제공항 첨단복합항공단지에 자체 정비 격납고를 건설 중이며 오는 2028년 초 운영을 목표로 한다. 연간 70대 항공기 정비가 가능해 해외 정비 의존도를 줄이고 현장 대응 속도와 정비 품질을 높여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보잉의 필드 서비스 지원(FSR), 운항 안전 자문(FOR), 글로벌 서비스 훈련 지원 프로그램 등에 폭넓게 참여하며 예방 중심의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보잉 B737-8 기종을 확대 도입해 고기령 항공기를 교체하고 있으며 최신형 A330-900NEO도 올해 순차 도입해 평균 기령을 낮추고 운항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계획이다.
진에어 역시 고기령 항공기를 순차 교체하고, 운항·정비 전 과정에서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등 안전 역량 내실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는 경년 항공기 교체에 2438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2024년 542억2900만 원 대비 대폭 확대된 규모로 노후 기재를 순차적으로 교체해 운항 안정성과 정시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항공기 정비·수리·개조 부문에도 1000억 원을 웃도는 예산을 배정했으며, 항공 종사자 안전 교육훈련과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전산화 투자도 병행한다. 기재 교체와 정비 역량 강화, 인적 자원 전문성 제고를 동시에 추진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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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타항공의 운항 승무원이 FTD를 활용해 훈련하고 있는 모습./사진=이스타항공 제공 |
이스타항공은 항공업계 최초로 객실 승무원 채용에 체력 시험과 상황 면접을 도입하며 '기내 안전 요원' 역할을 강화했다. 지난 2024년에는 B737-8·B737-800 전용 FTD를 도입해 운항 승무원 훈련 품질을 높였고 지난해 10월 김포공항 통합정비센터를 개소해 부품 관리와 항공기 점검, 정비 교육을 일원화했다.
보잉과 운항·안전 부문 협약을 체결해 운항 전문가가 주 1회 상주하며 기술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국제항공안전평가(IOSA) 인증을 획득했다. 항공 안전 투자 비용도 2023년 302억 원, 2024년 960억 원, 2025년 1152억 원 이상으로 확대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운항 편수와 노선이 늘어날수록 안전 관리의 복잡성과 위험 요인도 함께 증가한다"며 "단순한 규모의 경제를 넘어 안전 관리 시스템의 지능화와 시설 투자, 인력 전문성 강화가 병행돼야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은 결국 안전 체계의 내실에서 출발한다. 외형 확장과 함께 안전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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