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지난달 28일부터 중동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실효적 봉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컨티전시 플랜(비상계획) 점검에 나섰다. 정상순방 수행을 위해 필리핀에 체류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현지에서 화상 회의를 긴급 주재하고, 에너지 수급과 수출 물류 전반에 대한 무기한 비상 대응 체계를 지시했다.

   
▲ 산업통상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산업통상부는 3일 오후 김정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와 유관기관, 주요 업계가 참여하는 '제3차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사태 발생 당일부터 사흘 연속 점검을 이어온 정부는 이날 부로 기존 긴급대책반을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동상황 대응본부'로 격상하고 원유·가스 수급 위기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김 장관은 "현재 충분한 비축유가 확보돼 있어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경우 여수, 거제 등 전국 9개 비축기지에 보관된 비축유를 즉각 시장에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민간 원유 재고가 일정 비율 이하로 떨어지는 등 위기가 가시화되면 산업부 자체 판단으로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김 장관이 석유공사에 지시한 해외생산분 도입과 공동비축 우선구매권 행사, 비축유 방출 태세 점검 등 비상 매뉴얼상 조치사항도 상황 발생 시 언제든 발동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가스의 경우 카타르산 도입 물량이 중단되더라도 80% 이상을 비(非)중동 지역에서 도입하고 있어 당장은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동남아, 호주, 북미 등 대체 공급선 확보를 서두르기로 했다.

산업 공급망 역시 반도체 측정 기기 등 14개 품목이 중동 의존도가 높지만, 미국 수입이나 국내 생산으로 대체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수입 비중의 54%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납사의 경우 상황 장기화 시 수급 불안 우려가 있어 수출 물량의 국내 전환 등 비상 대책을 추진한다.

물류 분야에서는 2023년 홍해 사태 이후 이미 많은 선사가 수에즈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어 당장 큰 혼란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호르무즈 해협에 인접한 중동 7개국향 수출 비중이 50% 이상인 수출기업(1063개사)에 대한 근접 모니터링을 실시해 물류 및 대체시장 발굴을 위한 긴급 수출바우처 편성, 유동성 지원 등을 선제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과

전력 수급의 경우, 현재까지 직접적 영향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전과 발전공기업 등이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유가 급등 LNG 도입 차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산업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간 소통과 협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주미·중·일·EU 상무관과 코트라 중동본부장도 화상으로 참여해 현지 기업 애로사항과 각국의 대응 현황을 공유했다. 김 장관은 "중동 상황 장기화에 대비해 국제적인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실시간 대응 태세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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