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기자]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국기 게양대의 영구설치를 거부하는 결정을 내려, 이를 결정한 서울시 산하 시민위원회의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세간의 비판이 거세다.
박 시장과 그가 임명한 시민위원회는 태극기 영구설치를 거부한 이유를 “권위적이다” “전제주의적 냄새가 난다”고 밝혔다.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피땀흘려 금메달을 딸 때마다 온 국민을 눈물 날 정도로 뿌듯하게 만든 태극기를 ‘전제주의적’이라고 표현한 박 시장의 인식에 논란이 뜨겁다.
특히 태극기의 영구적 설치를 거부하면서 정부서울청사와 같은 국가 소유 부지에 설치하라는 의견을 내놓은 서울시 입장이 밝혀지면서, 박 시장의 국가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16일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태극기를 영구 게양하겠다는 국가보훈처의 계획을 반대하는 것과 관련, 박 시장의 국가관에 문제를 제기하며 서울시의 협조를 촉구했다.
새누리당 김을동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대한민국 심장부에서 태극기 게양 기간을 두고 논란거리가 된다는 사안 자체에 말문이 막히고 어이없다”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나라의 상징인 대형 국기를 1년 내내 게양하는 나라가 많고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심장부인 광화문광장에 태극기를 게양하려는 사업은 광복70년을 맞아 광복7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서 대표 기념사업으로 선정됐다. 광화문광장 사용허가권을 가진 서울시와 예산 및 운영을 맡을 국가보훈처가 설치에 합의했고, 국가보훈처장과 서울시장이 지난 6월 2일 업무협약(MOU)을 마쳤다.
논란의 발단은 광화문 광장 운영을 심의하는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원회*)가 보훈처․서울시의 지난 6월 MOU 이후 조형물심의위원회와 함께 태극기 게양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영구설치가 아니라 올해 12월까지의 한시적 설치를 결의했다는 데에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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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국기 게양대의 영구설치를 거부하는 결정을 내려, 이를 결정한 서울시 산하 시민위원회의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세간의 비판이 거세다. 박 시장과 그가 임명한 시민위원회는 태극기 영구설치를 거부한 이유를 “권위적이다” “전제주의적 냄새가 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시청 앞에 걸려 있는 태극기./사진=미디어펜 |
이에 대해 보훈처 관계자는 “계속해서 시민 불편을 초래한 세월호 천막은 두고 공간을 훨씬 덜 차지하는 태극기 게양대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전하면서 “서울시가 국무조정실의 중재 권고에도 시민위원회의 결의를 들어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을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훈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분쟁을 담당하는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요청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조정이 되지 않을 경우 서울시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보훈처는 국민 87.3%가 원하는 ‘광화문광장 태극기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시민위원회에 책임을 돌린 박원순 서울시장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45m 높이의 대형 태극기 게양이 시대착오적이며 전근대적이라는 주장과 그러면 세월호 불법 천막은 뭐냐는 여론전까지 더해지며 국기게양대 설치 여부는 정치 논쟁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광화문 광장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두고 보훈처와 서울시가 정면충돌하며 박원순 시장과 정부 사이의 갈등은 다시금 격화되고 있다.
*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도시계획·법률·환경·인권 등 각 분야 전문가 및 시민단체 임원, 서울시의회 소관상임위원회 위원 등 9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조례’에 근거해 광장(서울·청계·광화문광장) 운영 관련 부서에서 추천 받아 박원순 서울시장이 임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