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I 자급률 10% 수준…원재료 가격 인상 및 콜드체인까지 영향
중동지역 공략하던 업계 상황 예의주시…"현재는 계획대로"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중동 전쟁이 발발하면서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국제 유가와 해상운임도 덩달아 급등하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원료와 시약·소모품을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공급망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해 중동 지역 긴장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공급망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사진=제미나이


11일 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일대 긴장이 고조되고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공급망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API) 자급률은 10%대 수준에 그치고 나머지 70% 이상은 중국·인도·일본·유럽 등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는 상황이다.

제약·바이오업계는 API·중간체 뿐 아니라 세포배양백, 멸균 필터, 일회용 배양백 등 생산에 필수적인 시약·소모품도 상당 부분 항공·해상 운송에 의존한다. 때문에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상황에서 유가와 운임이 동시에 상승할 경우 원가 및 물류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유가 상승은 석유계 용매, 플라스틱 포장재, 필름 등 화학·포장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냉장·냉동 운송에 필요한 콜드체인까지 영향을 준다. 여기에 중동·홍해·호르무즈를 지나는 항로의 운임과 리드타임이 늘면 API·시약의 도착 시점이 불안정해져 제약사들은 안전재고를 늘리게 된다. 이는 곧 재고자산 확대와 운전자본 부담으로 연결된다. 특히 현금흐름이 여유롭지 않은 중소 제약사·바이오벤처에는 더 큰 압박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단기적으로는 생산·공급 차질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중동이 국내 원료의 직접적인 공급선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크지 않고 기존 계약 물량도 대부분 정상 출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는 전쟁이 길어져 항공편 축소, 노선 변경, 일부 공역·항로 폐쇄 등이 현실화될 경우 수출과 수입 양쪽에서 공급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CDMO(위탁개발생산)·CRO(위탁연구) 등 B2B 성격이 강한 바이오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공장 가동률을 유지한다. 유가·운임과 환율 상승으로 원가가 뛰어도 단기적으로 단가 인상이 쉽지 않아 수익성을 압박받을 수 있다.

임상 단계 바이오벤처의 경우 원재료·외주 비용 상승에 더해 지정학 리스크로 글로벌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현금 유출은 빠르고 후속 투자 유치는 느린 이중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그 동안 중동을 포스트 중국·동남아로 키워온 국내 업계의 수출·확장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의 중동 수출은 2025년 기준 약 1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의약품이 1억7000만 달러, 의료기기가 3억8000만 달러를 차지했다.

절대 규모는 아직 전체 수출에서 크지 않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성장 속도가 높아 미래 먹거리 시장으로 자리 잡는 단계였다. 보툴리눔 톡신과 에스테틱 제품을 앞세워 중동 공략에 나선 기업들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앞세워 이라크·바레인 등과의 수출 계약을 통해 중동 10개국 네트워크를 확보하며 현지 시장을 확대해 왔으며 휴젤은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허가를 받은 뒤 지난해 현지 워크숍을 연이어 개최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었다.

메디톡스는 두바이 사이언스파크에 할랄 인증 톡신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들 기업은 아직까지 현지 판매와 마케팅은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물류비 상승과 결제 지연 가능성을 감안하면 투자 속도와 재고 운영 전략을 다시 점검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진출국은 현지 파트너사를 통해 유통하고 있고 타국가 품목허가 등은 예정된 플랜대로 계속 진행 중"이라며 "현 시점에서 장기적 변동성에 대해 예단하기 어려우나 파트너사와 관련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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