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국제유가가 연일 급락세를 보이면서 원유 파생결합증권(DLS)가 대규모 손실을 입을 위기에 놓였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에프앤자산평가(FNP) 평가대상 공모형 원유DLS 미상환 발행액 1조1622억원(729개) 중 9995억원(504개)이 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원금손실구간)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DLS는 대부분 브렌트유선물과 WTI선물에 런던 금 가격(London Gold PM Fix Price/USD)이나 런던 은 가격(London Silver PM Fix Price/USD) 등을 기초자산으로 추가한 구조다. 녹인 배리어는 기준가의 40~60% 선이고 만기는 주로 3년이다. 원유 가격이 만기에 발행 당시의 40~60%로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729개 중 428개의 DLS는 원유가 고가였던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발행된 것이다. 발행당시 유가는 78~118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때문에 유가가 42~70달러로 떨어지면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국제유가가 35달러마저 붕괴되면서 대다수의 DLS가 원금손실 구간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들 DLS가 원금손실을 피하려면 만기가 오기 전에 유가가 회복해 조기상환에 성공하면 된다. 보통 DLS가 기준가의 80% 정도를 만기 전 조기상환 구간으로 정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유가가 62~94달러 선을 회복하면 원금손실을 피하게 된다.
하지만 상황은 부정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앞다퉈 일제히 유가 약세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공급과잉 현상 심화로 원유 가격이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여기에 미국이 금리인상을 본격화하면서 국제유가의 하락세는 지속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국제유가에서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는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투자자들이 원유를 거래하기 부담스러워지면서 유가는 더욱 하락한다.
과거 사례를 볼 때 국제유가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후 반등세를 나타냈다는 점은 다소 희망적이지만 반등한다고 해도 30달러 선을 크게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첫 금리 인상 이후 금리 인상기에 유가는 대개 완만한 반등세를 이어갔다”며 “1994년과 1999년, 유가는 금리 인상 이전에 장기 약세가 지속됐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난 뒤에는 방향성이 전환됐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유가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경우 30~33달러 내외를 저점으로 하여 중요한 중기 변곡점 형성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박영훈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1965년부터 최근까지 원유 가격의 저점을 형성했던 시기 글로벌 GDP에서 원유가 차지했던 비중은 1.1~1.2% 수준으로 그 이하로 내려간 적은 없었다”며 “이를 토대로 역산하면 배럴당 27달러대로 현재 유가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내년 유가는 30달러 내외에서 횡보할 것”이라며 “2017년 상반기부터나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