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신진주 기자] 올해 유통업계는 그 어느 해보다도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다.
지난 5월 유통가를 덮친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온 세상이 시끄러웠고, 해당 제품을 가장 적극적으로 판매한 홈쇼핑업계는 보상 문제를 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6월 대한민국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메르스 여파로 백화점, 쇼핑몰 등으로 향하던 손님들의 발길을 뚝 끊겼다. 메르스 감염 환자가 집중 발생한 경기 평택, 동탄 등 일부 대형마트 매장은 각각 -18%, -12%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메르스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10월 정부주도로 진행했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서 백화점 업계는 약 20% 가까운 매출 신장을 기록하며 특수를 톡톡히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유통업계 핫 이슈는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다. 올해 롯데그룹은 오너 이슈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또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두고 유통 대기업간의 뜨거운 혈투도 벌어졌다. 굵직한 이슈가 많았던 2015년 유통업계의 1년을 3가지로 정리해 돌아봤다.
◇한 편의 드라마 '롯데 판 왕자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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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말,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롯데가(家)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7,8월 대부분의 신문 1면은 두 형제의 끊임없는 싸움이 차지했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지난 7월 말,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롯데가(家)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7,8월 대부분의 신문 1면은 두 형제의 끊임없는 싸움이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여러 계열사 임원과 이사직에서 해임되면서 미래 롯데그룹을 책임질 수장에, 신동빈 회장의 입지가 굳건해지는 모양새였다.
이후 신동주 회장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대동해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신동주 회장은 부친을 내세워 여론전과 소송전을 펼치기 시작했고 신동빈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형제 간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졌다.
하지만 진흙탕 싸움이 장기화되면서 반(反)롯데 정서가 파다하게 퍼졌고 급기야 롯데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신동빈 회장은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롯데를 재탄생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대국민사과를 하기에 이른다. 또 신동빈 회장은 그룹 오너로서는 이례적으로 국정감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그룹 내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중이다.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기업구조 개선과 경영투명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
한편 두 형제의 싸움은 법정다툼으로 넘어갔으며 내년에도 형제 간의 분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시내면세점 '황금티켓' 차지위해 유통공룡 총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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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우아래 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각 사 제공 |
올해는 면세점을 둘러싼 대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했던 한해였다.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추가 수요를 고려해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시내 면세점을 추가 신설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유통기업은 장기불황으로 백화점·마트 등 기존 유통채널의 성장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그룹의 '새 먹거리'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유통대기업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되는 면세점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재벌 오너들이 직접 면세점 사업을 챙기며 '황금티켓'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상반기 서울시내면세점 대기업 부문에 뛰어든 기업은 ▲호텔신라-현대산업 합작법인 ▲현대백화점-중소중견기업 합작법인 ▲롯데면세점 ▲신세계그룹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이랜드그룹 등 7곳에 달했다. 티켓 두 장을 두고 펼쳐지는 전쟁이었다.
7월에 발표된 상반기 서울시내면세점 운영권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손 잡고 세운 'HDC신라면세점'이 차지했다. 또 다른 티켓은 한화갤러리아가 거머쥐었다. 이로써 용산과 여의도에 새로운 면세점이 문을 열 예정이며, HDC신라면세점은 오는 24일, 한화면세점은 오는 28일 부분 오픈한다.
지난 11월에는 면세점 대전 2라운드가 펼쳐졌다. 하반기 면세점 전쟁은 서울 3개 면세점 특허권을 둘러싸고 롯데, 신세계, 두산, SK네트웍스가 경쟁했다.
롯데면세점은 소공점과 함께 월드타워점 두 곳 모두를 수성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으나, 롯데의 경영권 분쟁의 여파로 소공점만 지킬 수 있었다.
워커힐 면세점을 운영하던 SK네트워스 역시 면세점 특허를 연장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후속사업자로 최종 선정된 기업은 두산과 신세계였다.
이로써 외국인 관광객, 특히 중국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동대문과 남대문에 새로운 면세점이 들어서게 됐다.
◇ "위기 돌파, 혁신적인 변화만이 살 길" 대형마트는 변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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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영업규제와 경쟁심화로 대형마트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졌다.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대형마트는 변신을 거듭해 주목받았다./ 일산 이마트타운 내 피코크 키친. 사진=이마트 제공 |
올해도 영업규제와 경쟁심화로 대형마트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졌다.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대형마트는 변신을 거듭해 주목받았다.
가장 혁신적인 변화를 꾀한 것은 이마트다.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 '이마트타운 킨텍스점'이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이마트타운은 임대중심의 쇼핑몰이나 다른 대형마트와 달리 분야별로 특화된 직영 전문매장과 대형 리테일들이 마치 모듈처럼 결합해 다양하고 수준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새로운 원스톱 쇼핑공간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마트가 변해야 고객의 발길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늘 강조해 왔다. 더이상 '가격 할인'만으로는 승부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에게 진심으로 지지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이마트를 발명할 때까지 더 새롭게, 더 다르게 노력할 것을 다짐했고, 그 결과 대형마트의 새로운 도전과 실험의 산물인 '이마트타운'이 만들어졌다. 이마트타운은 인근 주민을 물론 타 지역 사람들에게도 입소문을 타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 역시 대형마트가 '공급자 중심의 단순 진열된 상품을 구매하는 쇼핑 공간'이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벗고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해 역으로 새로운 생활을 제안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큐레이션 개념을 도입한 '3세대' 대형마트를 선보였다. 12월 초 오픈한 경남 창원점이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고객이 기대하는 새로운 생활을 직접 오감 체험할 수 있게 해 온라인 상에서 구현할 수 없는 공간을 창조할 것"이라고 강조해 앞으로의 변신이 기대된다.
한편 지난 9월 홈플러스의 새주인이 바뀌기도 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는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그동안 홈플러스는 자회사인 테스코의 경영부진으로 투자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MBK가 고객의 니즈에 맞춘 서비스, 새로운 패러다임 등에 대한 투자를 밝힌 만큼 앞으로 홈플러스는 더 큰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새주인을 맞은 홈플러스도 변신을 꾀하고 있다. 타 업체와 마찬가지로 기존 전통적인 대형마트 이미지를 벗고 고객이 매장을 찾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도입해 '리테일테인먼트(리테일+엔터테인먼트)' 콘셉트의 점포를 지향하며 변신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