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히는 길 더 막혀 교통지옥 연출, 남대문 시장 손님 떠나가”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26일부터 서울역 고가도로의 보행공원화 공사가 시작된 가운데, 인근 도로교통 정체는 풀릴 줄 모르고 극심해졌다는 대중교통 종사자들의 지적과 상권 위축과 맞물려 생존이 불투명해졌다는 남대문 시장 상인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퇴계로와 만리재로를 잇는 서울역 고가도로가 폐쇄된 지 2주가 지났지만, 서울시의 예견과 달리 서울역고가 철거에 따른 교통체증과 남대문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어디로 가든 더 막히는 서울역 고가 인근 도로
“원래 막혀있던 길을 더 망쳐 놨다”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이모(55)씨는 “(서울역 고가 철거 후에도) 풀릴 수가 없다. 도로를 낼 수 없으며, 여길 막아 서울역 앞에서 퇴계로로 나갈 수 있는 신호를 주지만 어디로 가든 더 막힌다”면서 “차들이 옛날에 다녔을 적, 서울역고가가 있을 때에도 서울역고가 내려와서 차량 흐름이 뒤엉켜서 막히곤 했는데 지금은 그 2배로 더 막힌다”고 전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 송모(43)씨는 “이제 택시기사들은 서울역 고가 철거 이후 최대한 피해서 가려고 하지만 손님이 가자고 하면 어쩔 수 없다”면서 “영업용 택시는 시간이 돈인데 서울역 고가 근처에서는 시간을 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평일 출근시간 통행에 5분 걸리던 만리재로와 퇴계로 구간은 최소 30분 이상 걸리는 구간으로 바뀌었다.

“막히는 길이 더 막혀서 난리도 아니다”라는 현장 택시기사의 목소리는 구체적이었다.

개인택시 기사 이모(55)씨는 앞서의 발언에 이어 “서울역 고가 조치는 지금 여기 서울역 앞에까지 꽉 차있는 것처럼 자동차들은 이렇게 막힌 채로 다니라는 것”이라면서 “경찰 보다 현장에서 교통통제하는 모범택시기사들이 더욱 고생이며, 어느 차든 이쪽 고가 길보다는 차라리 마포 쪽 우회로를 통해 시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근 도로의 극심한 지정체 현상을 서울시가 사실상 방치함으로써, 서울역고가가 차량들이 피해 다니는 ‘도심 속의 섬’으로 전락했다는 설명이다.

기사 송모(43)씨는 이에 대해 “오른쪽 숙대 앞에서 오는 차들이 계속 그쪽에서부터 막힌다”면서 “이 길 지나기가 배로 힘들어졌는데 풀리진 않고, 원래 막혀있던 길을 더 망쳐 놨다”고 말했다.

   
 
   
▲ 지난 26일부터 서울역 고가도로의 보행공원화 공사가 시작된 가운데, 인근 도로교통 정체는 풀릴 줄 모르고 극심해졌다는 대중교통 종사자들의 지적과 상권 위축과 맞물려 생존이 불투명해졌다는 남대문 시장 상인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서울시가 예견한 것과 달리, 서울역 고가도로 현장은 점증된 교통정체와 축소 일로의 남대문 시장 업황과 더불어 비판의 소리가 커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시간적 금전적 손해 막심…남대문 시장은 고사할 것
“고가도로 공원화가 밥 먹여 주지 않는다”

27일 남대문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목소리도 불만 일색이었다.

고가도로 폐쇄에 항의하는 플래카드를 남대문 시장 골목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가운데, 신도림에 거주하며 남대문 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8)씨는 “시간적인 손해, 금전적인 손해가 막심하다”면서 “지금도 경기불황으로 죽을 맛인데 이대로 가다간 남대문 시장은 고사할 것”이라며 말했다.

또 다른 상인 신모(64)씨는 “우리에게는 당장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대체도로가 없으니 물건 물류도 그렇고 남대문 상권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전했다.

엑세서리점을 운영하는 상인 강모(41)씨는 “버스 몇 대 증차한다고 해결될 게 아니다”라면서 “배달오던 오토바이 배달원이 고가도로로는 1~2분 걸리는 거리를 돌아서 오느라 20분 걸린다”고 밝혔다. 강모(41)씨는 기자에게 납품시한 때문에 화가 나고 손님이 하나 둘 떨어져나간다는 하소연을 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대해 물어보자, 옷가게 상인 이모(44)씨는 “고가도로 공원화? 공원이 밥 먹여 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서울시는 시민 참여를 우선시한다면서 계속 공원화에 반대한 우리의 저항을 무릅쓰고 이를 강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상인 백모(49)씨는 “공원이 내후년 생긴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 상황이 호전될 일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면서 “남대문 서울역 고가 쪽은 원래 혼잡한 지역이었지만 교통대란이 더욱 연출되니 손님들 발길이 끊기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백모(49)씨는 “눈 가리고 아옹 식의 대체 도로 말고, 시민들이 막히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대체도로를 제대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대한 우려를 금치 못한 택시기사의 증언과 일맥상통한다.

택시기사 이모(55)씨는 앞서의 발언에 이어 “고가 공원화가 완료된다 해도 남대문 시장은 더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 이유로 “길이 워낙 막히고 인근에 전철역이 가깝지 않아 버스교통으로 접근하기 힘들고 여기저기 평지 지하철역으로 바로 연결되어 있는 청계천과 서울역 고가는 경우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이모(55)씨는 “상인들 입장에서 상황은 똑같을 거고 물류 트럭들의 수송이 길어지는 것은 물론, 택시든 뭐든 뭘 타고 다녀도 상인들은 손해일 것”이라 잘라 말했다.

서울시는 남대문 시장 상인들의 불편함에 대해 “시장 상인들과 계속적으로 소통하고 건의사항에 대해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나, 손님 감소로 인한 상인들의 높아지는 불만과 인근 도로의 더 막힌 교통정체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 서울역고가 철거 기념 시민개방행사가 열리기 전날인 24일, 남대문시장 곳곳에서는 “주민참여 과정없는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사업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교통체증으로 남대문시장 상권 죽이는 서울역고가 공원화 결사반대”, “대중교통 접근 차단하는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결사반대”, “교통대란 유발하는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결사반대”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결사반대를 무릅쓰고 서울역고가 철거를 강행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원망과 호소가 담겨 있는 플래카드였다./사진=미디어펜

실효성 있는 해결책 제시 못하는 서울시
교통정체, 상권 축소 등 남대문 시장…악화일로에

한편 시는 지난 26일부터 본격적인 서울역 고가 공사에 착수했다. 시는 중림동으로 이어지는 램프와 연결로를 철거하고 바닥판은 내년 1월 중순부터 철거할 계획이다.

필요한 철거를 마친 서울역 고가는 이후 네덜란드 건축가 위니 마스의 기본 설계안을 바탕으로 공중 보행공원으로 조성된다. 이는 2017년 상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공원화에 결사반대했던 남대문 시장 상인들의 저항과 대중교통 종사자들이 내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한 가운데, 내후년까지 교통 정체 및 상권 축소 등 현재의 악화된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 참여를 우선시한다고 천명했지만 서울역 고가 철거 및 폐쇄를 강행했던 서울시가 남대문 시장의 생업의 불씨를 어떻게 되살릴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