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취업난 속 안도 했지만, 하지만 2030세대 구조조정 위기

[미디어펜=김태우기자]매서운 추위와 함께 시작한 병신년 새해. 한지에서 근무하는 생산직 근로자들도 고생이지만 텅 빈 사무실에서 열정을 불사르는 이들이 있다. 바로 사무직 근로자다.

생산직 현장근로자들에 가려 편하리라고 만 여겨지는 그들 역시 장소만 다를 뿐 불철주야 열정을 불사르고 있긴 마찬가지다.

   
▲ 쉬는 날도 쉬지않고 일하는 사무직 근로자들/MBN영상캡처
강서구 화곡동에 사는 휴대폰케이스 디자이너로 일하는 정 모 씨(38세)는 새해 첫날 아침 지난해 백년가약을 맺은 아내와 조졸한 아침식사로 새해를 축하하고 회사로 출근을 했다.

새롭게 출시되는 제품들의 케이스 디자인 마무리와 1인 다역을 소화해야하는 중소기업 특성상 밀려있는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선 새해 첫날과 같은 쉬는 날 출근과 야근 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고 정씨는 말한다.

새롭게 밝은 새해 아침 정씨의 회사는 남은 일처리를 위해 출근한 동료들이 하나둘 씩 모여 들며 여느 때와 같은 모습이다.

생산직과 같이 교대근무가 가능하거나 큰 규모의 회사처럼 확실한 분담체재가 갖춰지지 않은 중소기업의 특성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이런 모습은 정씨회사 뿐만이 아니라 현재 사무직 종사자들의 대부분이 겪고 있는 일이다.

더욱이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입사한지 몇 년 안 된 20~30대까지 희망퇴직을 종용당하는 실정이다. 40~50대 이상의 고위 직급자를 감축하는데 한계에 이르자 결국 젊은 사원들마저도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장기화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갓 뽑은 신입직원마저 내보내야 하는 기업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쉬는 날이라도 눈치를 보며 마지못해 회사에 출근을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딱히 밀린 업무 때문이 아닌 얼굴도장을 찍기 위해 쉬는 날도 회사에 출근을 한다는 것이다.

예전엔 일처리를 빨리 끝내고 쉬는 날엔 회사에 얼굴을 비추지 않는 것이 우수사원의 덕목이었다면 요즘엔 쉬는 날도 회사에 얼굴을 비추는 것이 기본이 되어가는 것 같다고 정씨는 말했다.

구로동에 사는 이벤트 대행사에서 일을 하는 이 모 씨(28)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평소에도 클라이언트들의 요구로 인해 24시간 휴대폰을 곁에 두고 사는 이씨도 새해 첫날 조금은 여유 있는 발걸음이지만 결국 회사로 향한다.

텅 빈 사무실의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켠 이 씨는 전화로 부모님과 지인들에게 새해안부인사 먼저 돌렸다. 전화를 마친 그의 얼굴엔 다양한 감정들이 교차하며 복잡한 모습이다.

어려운 취업난에 힘들게 들어온 회사에 기뻤지만 개인생활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리며 기본적인 인간관계 유지와 도리조차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씨는 짧은 한숨과 함께 “취업만을 바라보며 있을 땐 일만 시작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니 상황의 여의치 않다”며 “취업후 태도가 변하는 주변 지인들을 좋지 않게 봤지만 막상 내 상황이 되니 씁쓸할 따름이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사회 초년생에서 자리매김을 위해 자신들의 본분을 다 하다 보니 결국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또 2030세대까지 희망퇴직신청을 받는 다는 이야기가 사회전반적인 분위기로 확산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며 어렵게 취직한 회사를 놓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겐 주위를 둘러볼 여유는 사치가 돼버렸다.

힘들게 일하는 생산직근로자들도 많은 고충이 있겠지만 책상에 앉아 편하게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사무직근로자들 역시 자신들의 일터인 사무실에서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