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력 하락, 승부수 띄운 품질경영

[미디어펜=김태우기자]계속되는 글로벌 저성장 기조에도 현대·기아차가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나름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어려운 시장상황에서 엔저돌풍과 원달러 강세 등의 외부적인 요인으로 가격경쟁력마저 불리해진 상황이었음에도 품질경쟁력으로 승부수를 띄웠던 정몽구 회장의 굳은 신조가 높이 평가를 받고 있다.

   
▲ 현대·기아자동차의 글로벌 자동차시장 양대 산맥인 미국과 중국에서의 선전은 가격경쟁력을 일은 상황에서 품질경영에 목소리 높였던 정몽구 회장(사진)의 뚝심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미디어펜DB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76만1710대를 판매해 전년(72만5718대)대비 5% 증가했다. 기아차도 7.9% 성장한 62만5818대를 팔아 산업 평균(5.7%)을 뛰어넘었다.

양사 합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한 137만7528대를 팔아 사상 최대였다. 이런 판매 증가율은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 성장률 5.7%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저유가를 바탕으로 RV시장이 커지고 있는 미국시장에서 주력판매차종이 승용차인 현대·기아차로선 선전한 것이라는 게 업계평가다.

현대차의 성장세에 견인차역할을 한 주요 차종은 아반떼(현지명:엘란트라)와 LF소나타로 각각 24만대와 21만3000대가 판매되며 20만대 이상 판매 차종이 2개나 나왔다. 저유가의 영향으로 RV차량의 인기에 힘입어 싼타페와 올 뉴 투싼도 각각 11만8000여대, 6만3500여대가 판매되며 SUV차급에서 놀라운 성장세도 기록했다.

기아차는 K5가 15만9414대가 팔리며 전체 판매실적을 견인했으며 쏘울이 14만7000대, 쏘렌토가 11만6000대가 판매됐다.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전년 수준인 7.9%를 기록해 8% 달성에는 못 미쳐 아쉬움을 남겼지만 외부적인 요인으로 열악한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선전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또 중국시장에선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12월엔 2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월간판매 역대 최고기록을 갱신하는데 성공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12월 중국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2%, 30.1% 증가한 12만8020대와 8만6808대를 팔아 양사 합쳐 총 21만4828대를 판매한 것으로 기존 월간 최대 판매 기록이었던 2014년 12월의 18만2876대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현대차는 처음으로 월간 12만대 판매를 넘어선 데다가 3개월 연속 10만대 이상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고 기아차 역시 중국 진출 이래 처음으로 8만대를 돌파했다.

현대차 랑동(국내명: 아반떼MD)과 베르나(국내명: 엑센트)는 지난해 12월 각각 3만5654대와 3만1469대가 판매돼 사상 처음으로 단일 차종 월간 3만대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기아차 K3와 K2(국내명: 프라이드)는 2만6355대와 1만8934대가 팔리며 전체 판매실적을 견인했다.

최근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판매가 급증했다.

지난해 2월과 8월 출시한 기아차 소형 SUV KX3와 현대차 신형 투싼은 지난해 12월 8388대와 1만3399대가 각각 판매되며 출시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12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선전했지만 지난해 연간 판매실적은 전년보다 4.9% 감소한 167만8922대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의 이런 글로벌 자동차시장 양대 산맥에서의 선전은 가격경쟁력을 일은 상황에서 품질경영에 목소리 높였던 정몽구 회장의 뚝심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정 회장의 경영방침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품질개선 노력의 일환으로 현지 협력업체와 함께 부품 품질 개선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협력사 품질 경쟁력 확보는 물론 신차 부품 품질 안정화를 위해 협력사 기술제공, 협력업체 대상 세미나를 개최하고 품질문제 예방활동을 진행 중이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해외출장 중 현지임직원들에게 “고객을 만족시키는 최선의 해답은 품질이다”고 단언하면서 “미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몽구 회장은 이어 “올해 신차들은 양산 전 시험생산 단계부터 철저하게 준비하고, 특히 협력사들의 품질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또한 “지난해 미국에서 100% 초과하는 가동률을 기록한 것은 임직원들의 노고 덕분”이라고 치하하고 “가동율이 높은 만큼 전 생산 공정을 철두철미하게 점검해 생산 운영과 안전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기아차 각각 108%)

정몽구 회장의 기본기에 해당되는 품질에 대해 강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아버지의 기본기를 바탕으로 정의선 부회장은 앞으로 현대·기아차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관계자는 “가장기본이 되지만 간과할 수도 있는 부분을 어려운 시기에 집중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은 위기의 순간 역발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정몽구 회장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