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동·이목희·김상민…월급 상납·취업 청탁에 시집강매까지
   
▲ 국민들 위에 군림하려는 듯한 국회의원들의 갑(甲)질 논란을 목격할 때마다 국민들은 반세기 전과 똑같은 허무감에 빠지게 된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시인 김지하가 희대의 문제적 시 ‘오적(五賊)’을 발표한 1970년 ‘사상계’ 이후 46년이 흘렀지만,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국민들 위에 군림하려는 듯한 국회의원들의 갑(甲)질 논란을 목격할 때마다 국민들은 반세기 전과 똑같은 허무감에 빠지게 된다. 20대 총선을 목전에 두고서도 여전히 끊이지 않는 국회의원들의 갑질 논란을 정리해 본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 보좌진에 ‘저임금’ 강요 논란

최근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 이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보좌진 임금을 둘러싼 '국회의원 갑질'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보좌진을 특혜 채용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저임금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상민 의원의 전직 비서 A씨는 지난 2014년 9월 9급으로 채용돼 지난해 3월까지 근무하면서 매달 200만원을 수령했다. A씨는 당초 김 의원으로부터 '5급 비서관으로 채용하겠다'는 확약을 받았지만 9급으로 채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처음 한 달은 무급으로 일하게 한 뒤 5급 등록을 미루더니 ‘남은 자리가 없다’며 9급으로 채용했다는 내용이다.

A씨는 자신이 5급으로 채용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김 의원이 B씨를 특혜 채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B씨는 지난 2013년 김 의원실에 5급으로 채용됐으나 정작 5급 업무를 맡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 의원은 "애초 5급 채용을 제안했다는 것은 A씨 주장"이라며 "A씨에게 일단 근무하자고 했지만 근무하다 보면 5급으로 채용할 만한 역량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갑질 논란… ‘을지로’ 의미 어디로?

'시집 강매 논란'을 빚은 더불어민주당 노영민 의원과 '로스쿨 아들 구제 의혹'을 촉발한 같은 당 신기남 의원은 ‘갑질 논란’으로 당 윤리심판원 심판대에까지 오르게 됐다. 더민주 당무감사원은 지난 5일 두 의원 사건과 관련해 윤리심판원에 중징계를 요구키로 한 당초의 판단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김조원 당무감사원장은 이날 "검토 결과 당초 결정대로 (윤리심판원에) 중징계를 요구하는 것으로 결정했으며 두 의원의 재심 청구는 기각됐다"고 밝혔다.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더 강한 처분을 하자는 의견과 관대하게 처분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중론은 사정 변경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당무감사원은 두 의원의 행위가 의원으로서 부적절했다고 보고 윤리심판원에 각각 엄중한 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노 의원과 신 의원은 일련의 처분에 이의를 제기, 재심을 청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인 2013년 5월부터 ‘을(乙) 지키는 길(路)-법(law)의 노력(勞力)’이라는 의미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해 그 활동을 부각해왔다. 그런데 정작 더민주 의원들의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을지로위원회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급기야 당 정책위의장이기도 한 이목희 의원이 자신의 보좌진을 상대로 갑질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내 친노 계열이자 노동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라 충격이 가중되고 있다.

이 의원은 2012년 총선 당선 직후 채용한 5급 비서관으로부터 그해 6월부터 10월까지 매월 급여 중에서 100만 원씩을 반납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6급으로 채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5급 대우를 해주면서 월급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이었다.

또한 차액 120만 원을 계좌 입금 대신 현금으로 주는 대가로 20만 원을 ‘할인’ 받은 것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이 비서관이 "120만 원을 계좌로 송금하겠다"고 하자, 이 의원 측에서 "100만 원을 현금으로 달라"는 말을 건넨 것. 당시 이 의원의 4급 보좌관은 자신의 친동생이었다.

이 비서관은 자신이 지불한 돈이 "지역 사무소 직원 채용에 쓰인다"는 말을 믿고 다섯 달 동안 총 5백만 원을 납부했지만 지역사무소 직원 채용 소식이 없어 돈을 내지 못하겠다고 거부했고, 결국 국회 입성 6개월 만에 사직했다.

일련의 논란에 대해 이목희 의원은 "모르는 일이었다"며 "자발적으로 상납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실체적 진실은 더 세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을 이루는 가운데서도 ‘전형적인 갑질’이라는 견해에는 크게 이의가 없는 양상이다.

국회의원 ‘막강 권한’ 제재는 누가?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이 촉발시킨 논란은 2015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정치 이슈였다. 심 의원은 4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았고, 결국 지난 8월3일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이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윤후덕 의원은 딸 취업 청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윤 의원의 딸이 지난 2013년 9월 LG디스플레이 경력 변호사 채용에 합격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이 됐다.

국회의원 갑질의 배경에는 입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이 가지는 막강한 권한이 자리 잡고 있다. 의원들의 권한은 정부와 그 산하기관은 물론이고 민간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입법 활동을 통해 정부의 조직 구성과 활동 범위, 권한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의원들은 각종 공공조직의 예산을 심의‧의결한다는 점에서 이들 기관 위에 군림하는 ‘갑’의 지위를 획득하고 있다.

심지어 일련의 갑질에 스스로 제동을 걸어야 할 국회의 정화기능은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윤리위원회는 각종 비위행위를 저지른 국회의원에 대해 합당한 처분을 결행하는 역할을 사실상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79년 군부정권에 의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의원직에서 제명된 사례를 제외하면 헌정 사상 비위행위로 의원직에서 제명된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각 주요정당들도 자체적으로 윤리위원회 혹은 윤리심판원 등을 두고 있지만 단호한 처벌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갑질 국회의원’들의 전횡에 대한 국민들의 냉소와 피로감은 점점 그 무게를 더해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