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인이 돌연 입장번복을 결심한 시점은 피해자 A씨(사건 당시 26세)에 대한 사체부검 결과를 확인한 이후로 추정되고 있다. 사체 부패가 심해 목 졸려 사망한 흔적을 확인할 수 없다는 부검 결과를 확인한 이후 살인혐의를 부정하기 시작한 것. 이 씨는 현재 사체유기에 대한 혐의만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사건 관련 MBC 방송화면 캡쳐

[미디어펜=이원우 기자]2015년 5월 발생한 ‘시멘트 암매장 살인사건’의 범인 이모 씨(25)에 대한 2심 공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7일 공판에서 이 씨가 돌연 “내가 죽이지 않았다”며 입장을 번복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김용빈)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범인 이 씨는 1심 판결까지 견지했던 그간의 자백 내용을 번복하며 ‘사체유기를 한 사실은 있지만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범인이 돌연 입장번복을 결심한 시점은 피해자 A씨(사건 당시 26세)에 대한 사체부검 결과를 확인한 이후로 추정되고 있다. 사체 부패가 심해 목 졸려 사망한 흔적을 확인할 수 없다는 내용을 본 이후 살인혐의를 부정하기 시작한 것. 이 씨는 현재 사체유기에 대한 혐의만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이 씨는 2015년 5월2일 서울 신림동 소재 주택가에서 당시 교제하던 여자친구 A씨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은 뒤 격분해 A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아 왔다. 살해 이후 며칠 동안 시신 처리방안을 고민하다 ‘시멘트 암매장’이라는 방법을 생각해 낸 범인은 A씨의 시신을 여행용 캐리어에 넣은 뒤 충북 제천의 한 야산에 시멘트로 암매장해 충격을 더했으며 결국 자수했다.

범인의 변경된 주장대로라면 5월2일 A씨 사망의 사유가 모호해진다. 7일 공판에서도 당연히 이 문제가 제기됐지만 범인 이 씨는 "어렸을 때 몸이 많이 아팠다는 이야기를 (A씨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며 천식 등에 의한 돌연사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에 판사는 방청석에 착석한 피해자 유족들에게 직접 질문을 던져 피해자 A씨의 병력에 대해 묻기도 했다. “젊은 애가 무슨 천식이냐. 아픈 적 없다”고 대답한 유족 측은 오열하며 판사와 이씨 측 변호인에게 공정한 재판을 해달라며 읍소했다. 범인 이모 씨는 퇴장 전 유족 측을 향해 무릎을 꿇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A씨의 병력 및 보험기록 등을 취합해 오는 28일 다시 공판을 열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