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제를 정치 쟁점화로 끌고 간 교육감, 법령상 의무를 위배한 것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정부와 시도교육청, 여야가 2012년부터 시작한 누리과정 예산 마련에 대한 책임전가를 놓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누리과정 예산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겠다는 지자체들이 나오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와 관련하여 “경기도 시군이 누리과정을 지출하면 도가 관련 예산을 지원하겠다”며 광역단체 차원의 자구책을 밝히기도 했다.

7일 실시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누리과정 예산논란과 관련하여 “올해 세수 증가가 기대되고 교육청이 지출 항목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면 예산을 편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누리과정 예산재원 마련에 대한 갈등의 장에서 교육청의 예산편성 재량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이와 관련하여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행변)은 성명서를 통해 “시도교육감은 누리예산을 법대로 집행하라”고 주장했다.

행변은 성명서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시․도육청의 재량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률상 의무”라면서 “현재의 누리과정 예산편성 거부 및 이로 인한 보육대란은 교육감들이 교육의 문제를 정치 쟁점화 시키는 것으로 교육감의 책무이자 나아가 법령상의 의무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7일 실시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누리과정 예산논란과 관련하여 “올해 세수 증가가 기대되고 각 교육청이 지출 항목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면 예산을 편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행변이 누리과정 예산논란, 최근 보육대란과 관련하여 발표한 성명서 전문은 다음과 같다.

시도교육감은 누리예산을 법대로 집행하라

지난 5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부 시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미편성과 관련해 "학부모를 볼모로 삼는 정치적 공세"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재량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률상 의무"라고 하며, "시도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하는 것은 엄연히 직무유기이고, 감사원 감사 청구, 검찰 고발을 포함한 법적ㆍ행정적ㆍ재정적 수단 등 모든 방법 등을 총동원해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하여 시‧도교육청에서는 지방교육재정이 파산위기에 처함에 따라 정부의 영유아보육대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누리과정으로 인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반드시 전액 정부 예산으로 지원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누리과정 예산의 책임 주체를 놓고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간의 갈등이 매년 반복되고 있으며 보육 대란이 임박한 지금까지도 양쪽의 입장은 첨예하다. 현재 서울, 경기, 광주, 전남 네 지역은 누리 예산이 '제로'인 상황이고, 이 중 경기도는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맞기도 하여,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는 7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2012년 5세 누리과정으로 시작하여 2013년 3월부터 3~4세까지 확대되어 전면적으로 시행 된 「3~5세 연령별 누리과정」은 만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국가가 교육비와 보육료를 지원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공통적으로 교육과정을 적용하여 유아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영유아보호법 제34조(무상보육) 제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영유아에 대한 보육을 무상으로 하되, 그 내용 및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동조 제3항에서는 위 무상보육 실시에 드는 비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거나 보조하여하여 한다고 하여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있다. 이에 따라 제정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제23조 제1항에는 영유야 무상보육(누리과정) 실시에 드는 비용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보통교부금’1) 으로 충당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또한 이러한 비용은 지난해 10월 개정된 지방재정법 제33조와 동법 시행령 제39조에 따라 의무지출경비이다.

더욱이 위 의무지출경비에 유아교육법에 따른 공통의 교육·보육과정 지원비 등 보육과정 지원비를 명시하고 있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시․도육청의 재량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률상 의무이다. 위 법령에 따라 시․도교육청은 자체적으로 누리과정 예산확보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육과정인 어린이집은 교육청 관할이 아니므로 교부금으로 부담할 수 없으며 정부ㆍ여권이 누리과정 문제를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에 떠넘길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예산 지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12년 5세 누리과정으로 시작하여 2013년 3~4세까지 확대된 누리과정에 대하여 그동안 교육감들이 예산을 편성하다가 2014. 6. 교육감 선거 이후부터 거부하여 ‘보육대란’을 일으키는 것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교육․보육과정을 통합하여 만 3~5세 영유아에게 동일한 공통과정을 제공한다는 취지에 위배되며 도리어 교육의 문제를 정치 쟁점화 시키는 것으로 교육감의 책무이자 나아가 법령상의 의무를 위배하는 것이다. 개정된 시행령에 보육과정 지원비가 의무지출경비로 명시됐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 하위법인 시행령이 상위법이 규정한 지원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하여 누리과정에 대한 지원노력을 하지 않고 국가가 당연히 부담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따라서 시․도 교육청은 관계 법령 및 책무에 따라 가용재원을 활용하여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여 학부모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보육대란을 막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2016. 1. 8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행변) 성명서

 

1)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보통교부금은 지방교육재정법 제5조 제1항에 따라, 기준재정수입이 기준재정수요액에 미달하는 경우 그 미달액을 총액으로 교부하는 방식을 취한다. 기준재정수요액은 교원인건비, 학교신설비, 재정결함보전, 학교운영비 등을 합한 금액이며, 기준재정수입은 지방교육세 전입금, 담배소비세 전입금, 시도세액의 전입금의 일정 부분과 학교용지 부담금, 수업료 및 입학금으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