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장 월판매 76대…과유불급의 폐해
[미디어펜=김태우기자]신차발표로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미국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폭스바겐은 사상최초로 저자세를 취했다,
클린디젤로 고공행진을 하던 폭스바겐이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파문으로 미국판매량이 월 76대로 기록하며 고배를 맛본 후 첫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자리에서 CEO가 직접 나서 인사말에 앞서 사과를 먼저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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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파문으로 몸살을 앓은 폭스바겐/미디어펜DB |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출가스조작으로 홍역을 치른 폭스바겐의 마티아스 뮐러 CEO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6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 미국은 폭스바겐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라며 신뢰 회복을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폭스바겐은 이날 모터쇼에서 콤팩트 SUV 티구안GTE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등 친환경차를 선보이며 이미지 쇄신을 시도했다.
전날 미국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어 배출가스 파문을 공식 사과한 폭스바겐은 이날 오토쇼의 미디어 컨퍼런스 행사에서도 시종일관 낮은 자세를 취했다.
뮐러 CEO는 행사 후 몰려든 기자들에게 모두가 총력을 다해 기업 구조를 바꿔나갈 예정이라고 말하며 우리의 문제를 매일 매일 고쳐나갈 것이고 새로운 폭스바겐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했다.
그는 "우리가 최초에 제작한 디젤 엔진은 깨끗하고 배기가스 배출량도 적은 모델이었다"며 "우리는 그것으로 다시 돌아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현지 기자들은 '사람들이 그 말을 믿으려면 얼마나 많은 사과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당신은 기자회견에서 '미안하다'고 5차례나 말했는데 눈에서 미안한 감정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등 '까칠한' 질문을 쏟아냈다.
그는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 진심은 머지않아 전달될 것이라 믿는다"고 머리를 거듭 숙였다.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폭스바겐이 한 번의 실수로 가장 화려해야 할 모터쇼의 쇼케이스 현장에서 고개 숙인 초라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한편 폭스바겐은 이날 미국 내 디젤차 보상 프로그램을 3.0리터 디젤 차량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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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배출가스 조작파문에서 베스트셀링카에 이름을 올린 폭스마겐 티구안/폭스바겐 |
마이클 혼 폭스바겐 미국 대표는 모터쇼에서 "2009년부터 2016년식 디젤 SUV 투아렉 소유자들에게도 500달러의 현금, 500달러의 바우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이 작년 11월에 발표했던 미국 내 보상안에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2.0리터 디젤 차량 소유자 48만2000명만 대상이었다. 이들 대상자 중 26만명 이상이 신청해 약 23만명이 이미 보상을 받았다.
폭스바겐은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서의 보상 계획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폭스바겐그룹은 한국에선 리콜 계획만 내놓았을 뿐 별다른 보상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전체 자동차 판매는 441만7000대로 전년 대비 8.0% 성장했지만 폭스바겐은 이 기간 4.0% 감소한 15만4000여대 판매에 그쳤다. 이는 문제가 있는 모델 외에도 조사 중인 디젤차까지 판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조사 중인 모델이라 하더라도 판매 중단은 커녕 할인 판매까지 더해 판매량을 크게 늘리며 지난해 12월 5191대를 판매하고 수입차 베스트셀링카에 티구안을 올리기도 했다.
이와 관현해 한 업계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던 폭스바겐이 이런 큰일을 겪게 될 줄은 몰랐다”며 “현재의 저 자세를 유지하며 최대한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