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안보위기만큼 경제위기 상황이 엄중하다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발표에 붉은색 재킷을 입고 나왔다. 이 붉은색 재킷은 ‘전투복’ 또는 ‘경제활성화법’이라고 불릴 만큼 박 대통령이 결연한 의지를 밝힐 때 자주 입어왔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박근혜 대통령은 13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안보위기만큼 경제위기 상황이 엄중하다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발표에 붉은색 재킷을 입고 나왔다. 이 붉은색 재킷은 ‘전투복’ 또는 ‘경제활성화법’이라고 불릴 만큼 박 대통령이 결연한 의지를 밝힐 때 자주 입어왔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 모두에서 새해 벽두부터 북한의 기습적인 4차 핵실험 감행을 언급하면서 동시에 지난 8일 종료된 임시국회에서 선거구도 획정짓지 못하고 핵심법안들이 한건도 처리되지 못한 상황을 지적하면서 “안보와 경제 두 가지가 동시에 위기를 맞는 비상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4대 구조개혁(교육·노동·금융·공공)이 좌초되면 경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성장률보다 고융룔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현 정부 출범 당시 우리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요구받을 정도로 국내외적으로 많은 도전에 직면해있었다”며 “이런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4대 개혁을 추진해왔고, 이런 혁신 노력으로 2014년 IMF와 OECD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토대로 한 우리의 성장전략을 G20국가들 중 최고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렇게 좋은 평가는 그간의 비효율적인 노동시장과 방만한 공공 부문을 바로잡으려는 우리의 구조개혁 노력을 세계가 인정했기 때문”이라면서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창조경제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규제개혁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평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건국 이래 가장 높은 신용등급인 Aa2로 우리나라를 평가한 것도 우리의 성장률이 선진국보다 높고 국가채무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낮으며, 단기외채 비중오 과거 50%에서 30%로 감소한 것에 주목했다”며 “무엇보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개혁에 착수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지난 IMF 외환위기를 언급했다. 대통령은 “우리는 과거 IMF 사태라는 쓰라린 고통을 경험한 바 있다”며 “그 당시에도 사전에 철저히 대비했더라면 막을 수도 있었던 사태였지만, 우리는 안타깝게도 그런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가 선제적인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1997년 IMF 위기 당시 겪었던 대량실업의 아픔과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다시 치를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에 대해 “3.0~3.2%로 전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장률 보다는 고용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성장률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고용률이라고 생각한다”며 “성장률이 높았다고 해도 고용률이 높지 않으면 국민이 체감을 못한다, 고용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한 해를 만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 처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시 한번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최근 노사정위원회 합의를 파기하려는 한국노총 움직임에 대해 언급하며 “엊그제 한국노총은 노사정 합의가 파탄났다며 파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한 국민과의 약속은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과 관련한 질의응답에서도 “한 쪽이 파기해도 이건 파기될 수 없는 것이다”라면서 “정부는 합의 내용 실천을 위해 한노총에 여러 차례 같이 의논하자고 하는데 한 번도 나오지를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은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뜻을 모아가야 된다. 정부는 어떤 경우라도 반드시 합의사항을 실천해 나갈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 앞으로도 노동개혁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 5법 가운데 비정규직 기간을 2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기간제법 개정안 처리 방침을 전격적으로 철회했다. 대신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을 비롯한 나머지 노동개혁 4법은 조속히 통과시켜줄 것을 국회와 노동계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기간제법은 중장기 검토할 수 있으니 파견법은 받아달라. 노동개혁 시기를 놓친다면 국회는 국민의 정치가 아닌 개인의 정치만 추구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번 대통령 취임 후 5번째 대국민담화에서는 ‘국민’ 38차례, ‘경제’ 34차례로 이 두 단어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이어 ‘일자리’ 22차례, ‘개혁’이 21차례 나왔다. ‘북한’은 19차례, ‘국회’가 18차례 언급됐고, 노동개혁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노동'이란 말은 16차례 나왔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오전 10시30분부터 11시1분까지 31분간 진행됐다.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과 응답은 오후 12시19분까지 1시간8분동안 열렸다.

박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질문·응답 시간에 농담 섞인 말로 솔직한 심경을 드러내거나 때로는 강경한 어조로 굳은 의지를 피력했다. 질문하는 기자들마다 한번에 여러 개의 질문을 내놓자 “제가 머리가 좋아서 기억을 하지 머리 나쁘면 기억도 못해요”라는 농담도 했다. 또 국회에서 주요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말을 할 때에는 “어휴...”라고 하거나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지금 같은 국회에서 어느 세월에 되겠나. 만들기도 겁난다”라며 답답한 심경을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직권상정’에 대한 질문에서는 “지금 직권상정 밖에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한숨을 내쉬고, “국회의장께서도 국민과 국가를 생각해서 판단을 내려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국회선진화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도 “국가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협조해서 통과도 시켜주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조화롭게 가야 되는데, 동물국회가 아니면 식물국회가 될 수밖에 없는, 어떻게 보면 이 선진화법을 소화할 능력이 안되는 결과라고 본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이날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는 대통령 연단 뒤편에 이병기 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수석비서진과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이 배석했다. 내외신 기자 110여명은 연단과 약 2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책상없이 의자에 앉아 회견에 참여했다.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과 달리 국무위원들은 배석하지 않았다. 또 회견장 전경을 국민에게 상세하게 전달하기 위해 처음으로 레일카메라가 설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