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지난해 고용절벽 속에서도 취업에 성공한 사회초년생 김 모씨(29, 남). 지방 출신이라 서울에 상경해 회사 근처의 집을 구하려고 했지만 껑충 뛴 전세, 부담스러운 월세에 한숨이 깊어갔다. 시중은행에서 사회초년생을 위한 대출상품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두 곳을 방문했다. 처음 간 A은행에서는 대출을 해줄 수 있지만 이자가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에 망설였다. B은행에서는 대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김씨의 신용등급 때문이다. 그의 신용등급은 6등급. 이유인즉, 금융거래가 없어 제대로 된 신용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 금융감독원은 오는 21일부터 통신·공공요금 성실납부실적 등 비금융거래정보를 신용평가 시 반영한 세부실행방안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미디어펜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금융거래 실적이 거의 없는 약 1000만명이 '신용정보가 부족한 자(Thin Filer)'로 분류돼 4~6등급의 신용등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금리가 낮은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고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을 이용하거나 은행을 이용하더라도 1~3등급에 비해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김씨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오는 21일부터 통신요금이나 도시가스, 수도, 전기,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비금융거래 정보로 신용등급을 올릴 수 있게 됐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부분 우리나라 신용조회회사(CB)는 주로 연체 이력과 같은 부정적 금융거래정보를 기초로 개인신용등급을 산정하고 있다. 이는 개인정보의 활용보다 보호를 우선시하는 문화, 공공기관 등이 정보제공에 대한 소극적 태도, CB의 적극적인 비금융거래정보 수집노력 부족 등 복합적으로 작용한 까닭이다.

국내 CB 중 나이스(NICE)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평가요소별 비중을 보면, 상환이력정보(연체정보 등)은 각각 40%, 28%이다. 현재부채수준(대출금액, 신용카드 이용액 등)은 23%, 25%를 활용하고 있으며 신용형태정보(상품별 계좌건수 등)는 26%, 32% 수준이다. 신용거래기간은 11%, 15% 등이다.

부정적인 금융거래 정보 위주의 개인신용평가가 이뤄지다보니 금융소비자의 보다 정확한 신용등급 산정에 한계를 안고 있다.

김유미 금감원 IT·금융정보보호단 선임국장은 "오는 21일부터 금융소비자가 6개월 이상의 통신, 공공요금 성실납부실적을 신용조회회사(CB)에 제출하면 개인신용평가 때 가점을 부여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6개월 이상 통신·공공요금을 연체없이 납부한 증빙자료를 CB에 제출한 금융소비자가 대상자에 속한다. 통신요금, 도시가스·수도·전기 등 공공요금의 경우 납입기관에서 발부한 최근 6개월 이상 성실납부 실적 자료 등의 증빙 자료가 필요하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등도 해당된다. 여기에 주민등록증 사본이나 주민등록초본. 요금 납부실적 정보 제공 동의(요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전국지점에 안내 창구를 마련해 안내팜플렛과 요금후납 우편봉투를 마련해 보다 발품으로 직접 증빙서류를 수집하고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예정이다.

김 선임국장은 "CB가 자사의 신용평가모형 등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향후 2~3년간 통신, 공공요금 성실납부실적과 불량률과의 유의미성이 통계적으로 입증될 경우 가점 부여방식이 아닌 신용평가요소의 하나로 채택해 반영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방침이다.

NICE평가정보의 경우 6개월 이상 성실납부실적이 있는 경우 가점을 부여한다. 비금융거래정보의 종류에 따라 5~10점 가점을 부여한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공공정보 10점, 통신요금 등 민간정보 5점을 부여한다.

KCB의 경우, 성실납부기간에 따라 5~15점 가점을, 6~24개월의 성실납부기간에 따라 5~15점을 부여한다.

비금융거래정보를 통한 신용등급 상향은 CB만 해당한다. 문제는 시중은행(제1 금융권)의 경우 자체적으로 신용평가시스템(CSS:Credit Scoring System)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신용등급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결국 은행의 대출심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신용평가모형 도입으로 신용등급 평가 시스템 개선이 될 수 있는 만큼 바로 모든 금융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지만 추후 신용평가요소로 채택될 수 있는 기대감은 모아진다.

CB의 신용등급 평가는 1000점 기준으로 신용등급마다 천차만별의 점수구간을 매긴다. 일례로 5등급의 점수가 500~550점이라고 할때 495점인 6등급을 받은 금융소비자의 경우 통신요금이나 공공요금 성실납부 증빙자료를 제공했을 때 10점의 가점을 받을 수 있어 5등급으로의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다. 

비록 등급 상승에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평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꾸준한 연체관리와 신용등급 관리로 언제든지 신용등급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장봉희 금감원 팀장은 "이같은 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하게 되면 신용등급 평가에 긍정적으로 미칠 자료들이 CB사의 평가요소가 될 수 있다"면서 "규모가 큰 저축은행의 경우 자체적인 신용평가모형이 있지만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CB사의 신용등급 평가로 여신여부를 판가름 지을 수 있어 이번 신용평가모형의 활용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츰 이번 신용평가모형을 전 금융권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궁극적으로 금융소비자들이 동의하면 통신회사에서 전용선으로 매월 개인별 성실납부 정보를 CB측으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B사에 통신요금이나 공공요금 등 성실납부 자료를 제출하면 늦어도 15일 이내에 즉시 반영된다. CB사의 신용등급시스템에서는 한 달에 두 번 평가하기 때문이다. 물론 성실납부하다 연체되면 가점을 주지 않는다.

이번 신용평가모형으로 신용평가 대상자 약 4652명이 통신·공공요금 성실납부실적 정보를 제출해 적정성을 인정받는다고 할때 최대 708만명의 신용등급이 상승하게 된다. 또 신용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로 분류된 약 932명 중 되채 317만명의 신용등급도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증빙자료 제출은 금융소비자 본인이 해당 정보 보유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인근 사무소를 방문해 납부실적 증빙자료를 발급다으면 된다. 이 자료를 CB 고객센터에 우편이나 FAX(NICE평가정보 02-2122-5008, KCB 02-708-1111)를 송부하거나 직접 방문해 제출하면 된다.  

장 팀장은 "학자금 대출을 받는 대학생들의 경우 성실상환하면 금융거래 인정 가점을 부여받게 된다"며 "체크카드를 꾸준히 사용하면 신용등급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사회초년생은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쓸수 있는데 금융거래가 생겨 가점을 받을 수 있다"면서 "금융기관이나 CB에서는 금융거래를 할만한 능력이 됐구나하고 판단해 신용등급에 반영될 수 있는 만큼 과소비가 되지 않는 이상 가점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