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세월호 침몰과 함께 주인을 잃고 깊은 바닷속을 헤매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교복과 가방 등 유류품(유품)이 646일 만에 안산으로 돌아왔다.

21일 낮 12시 30분께 250박스 분량의 세월호 유류품을 싣고 전남 진도를 출발한 5t 트럭은 약 6시간 만에 경기 안산 합동분향소에 도착했다.

차량으로 5∼6시간이면 도착할 거리를, 사고 발생 2년이 다 돼서야 돌아온 것이다.

자원봉사자로 나선 김판영(58)씨는 "새벽부터 준비해 진도로 내려갔다"며 "미안한 마음뿐이었기에 유류품을 찾는 일에 기꺼이 동참했지만 너무 늦은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흩어진 기억들을 진실의 품으로'라고 쓰인 현수막이 달린 트럭의 문이 열리자 아이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 옷가지 박스와 여행용 가방 등 유류품이 보였다.

박스에는 유류품의 품명과 특징, 수량 등과 함께 접수 일자가 적혀 있었지만, 연도는 표기돼 있지 않았다. 그 누구도 이번 참사를 수습하는 데에 이토록 긴 시간이 걸릴 지는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4·16 가족협의회, 416 기억저장소, 자원봉사자 등은 여행용 가방만을 추려 분향소 안으로 옮겼다. 추모를 위해서였지만, 가방에는 아이들 이름 대신 번호표만이 달려 있었다.

사고가 없었더라면 이미 지난 2014년 4월 18일 집으로 돌아와 제자리를 찾았을 유류품은 허망하게도 목숨을 잃은 주인의 영정 앞에 자리했다.

추모식이 시작되자 이곳저곳에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한 유족은 자녀의 여행용 가방을 알아보고 그대로 주저앉아 오열했다. 가방을 끌어안고 목놓아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다른 유족들은 이를 감싼 채 함께 통곡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416 기억저장소 측은 곧바로 유류품 인수 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류품은 아직 선별 작업 전이라 당장 가족들의 품에 돌아갈 수는 없다.

416 기억저장소는 지난 5일 전수조사를 통해 사진촬영 및 목록작성을 마쳤으며, 이른 시일 내에 세탁·세척을 거쳐 유류품을 온·오프라인에 공개할 계획이다.

그 전까지는 분향소 좌측에 마련된 가로 3m, 세로 12m 크기의 컨테이너 임시 보관소에 유류품을 보관하기로 했다.

416 기억저장소 권용찬 기록팀장은 "유류품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목록화해야 한다. 사진을 붙이고 설명도 곁들이는 일도 필요하다"며 "더욱이 아직 유류품에 바닷내음, 펄 냄새, 기름냄새 등이 뒤섞여 있어 모두 세탁·세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류품 중에는 옷가지, 그중에도 교복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 전날인 2014년 4월 15일, 아이들은 오전 수업을 마친 뒤 인천항으로 이동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있거나 여행용 가방에 담아뒀기 때문이다.

4·16 가족협의회 정성욱 인양분과장은 "아들 장례 후 석달 만에 유류품을 찾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며 "여전히 유류품을 찾지 못해 아파하는 가족들이 있고, 아직도 뱃속에 남은 유류품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646일 만이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며 "하루라도 빨리 가족들의 품에 아이들의 물품을 돌려주자는 마음에 유류품을 인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