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북한 김정일의 지시로 납북됐다가 8년 만에 탈출한 영화감독 신상옥 씨와 그의 부인인 영화배우 최은희 씨의 기구한 인생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연인과 독재자'가 미국 최고의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선댄스영화제에서 공개됐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4일 다큐멘터리 영화 ‘연인과 독재자’가 올해 미국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초청돼 지난 22일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이 영화는 영국 감독 로스 애덤과 롭 캐넌에 의해 제작됐다.

94분 길이의 이 영화에는 신상옥·최은희 부부가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된 과정, 북한 내에서의 영화 제작 생활, 8년 후 탈출하게 된 당시의 상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히 이 영화에는 김정일의 육성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내용에도 관심이 쏠렸다. 김정일은 신상옥 감독에게 “우리 꺼하고 합쳐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서 서방에 보여주자는 거요. 그래서 내가 신 감독에 대한 기대가 커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상옥-최은희 부부의 기구한 사연은 최 씨가 1978년 1월 홍콩 출장을 갔다가 납북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6개월 뒤 남편 신상옥 감독 역시 사라진 부인을 찾으러 홍콩에 갔다가 납북됐다.

결국 두 사람은 1983년 북한에서 만나 함께 17편의 영화를 제작했지만 1986년 3월 해외촬영 명목으로 오스트리아 빈에 간 뒤 현지 미국 대사관을 통해 극적으로 탈출해 세계적인 뉴스가 됐다. 귀국 이후 신씨는 한국 영화계 거장으로 인정받으며 활동하다 2006년 4월 향년 80세로 별세했다. 최씨는 여전히 문화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미국 유타 주에서 개최되는 미국 선댄스영화제는 주로 독립영화를 초청해 소개하는 세계적인 영화제다. 독특한 시각과 안목으로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점에서는 절대적인 명성을 확보하고 있는 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