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국세청이 역외탈세 혐의가 짙은 기업과 개인을 상대로 전국 차원의 동시다발적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국세청에 따르면 오는 3월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 기한 마감을 앞두고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기업자금 해외유출 등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과 개인 30명을 상대로 이달부터 일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

조사 대상이 된 탈루 유형을 보면 사주 일가가 해외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이를 통한 편법거래로 자금을 빼돌린 뒤 멋대로 쓴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가공비용을 송금하거나,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수출하는 방식으로 법인자금을 빼돌린 사례도 다수 포착됐다.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외국인 기관 투자자로 위장해 국내에 투자한 뒤 투자소득을 해외로 유출하는 '검은머리 외국인' 유형, 해외에서 거둔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채 임직원 등 명의로 국내에 들여오는 유형도 국세청의 중점 조사 대상이다.

이번 조사대상에는 국내 30대 그룹 계열 기업 관계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기본법상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세무조사 대상을 확인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역외탈세자 총 223명을 조사해 1조2861억원을 추징했다. 역외탈세자 조사를 통한 추징 실적은 2012년 8258억원, 2013년 1조789억원, 2014년 1조2179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서는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기업 및 사주 일가에 대해 그 어느때보다 강도 높게 세무조사를 할 것"이라며 역외소득과 재산 은닉 혐의자에 대한 대대적인 검증을 예고했다.

국세청은 금융거래 추적조사, 데이터베이스(DB) 복구 및 암호해독과 같은 기법을 활용하는 포렌식조사, 국가간 정보교환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조사할 방침이다.

또 올해부터는 한미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FATCA), 내년부터는 영국·독일·케이만제도 등 전 세계 53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을 통해 대량의 해외계자 정보를 받아 조사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향후 역외소득·재산 은닉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국세청은 조사 결과 고의적인 세금포탈 사실이 확인되면 세금 추징은 물론 관련법에 따라 형사 고발하고 세무대리인 등이 역외탈세를 도운 정황이 드러나면 엄격히 처벌할 예정이다.

아직 신고하지 않은 역외소득·재산이 있는 납세자는 오는 3월까지 한시적으로 자진신고할 경우 가산세와 과태료를 면제받고 조세포탈 등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최대한 형사 관용조치를 받을 수 있다.

작년 10월 도입된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제'는 6개월 동안만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자진신고하려면 기한 내 각 지방국세청에 신고서류를 내고 본세와 납부불성실 가상세를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한승희 국세청 조사국장은 "앞으로 소득이나 재산의 해외은닉과 같은 역외탈세 분야에 세무조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면서 "국가간 금융정보 자동교환 확대로 인해 역외탈세자 적발이 갈수록 용이해질 것이므로 신고하지 않은 소득·재산이 있다면 3월 말까지 자진신고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