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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죄송합니다. 우리 만나는 그 날까지. 더 애쓰고 더 노력하겠습니다. 더 지혜롭게 더 성실하게 노력하겠습니다.” 북한인권법 제정을 위해 그간 노력해온 북한인권법통과를위한모임(이하 NANK) 인지연 대표가 북한 주민들에게 전하는 한마디이다./사진=미디어펜 |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민주가 선거법 처리를 빌미로 29일 ‘본회의 처리 무산’이라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던 북한인권법과 기업활력제고법(일명 원샷법)에 적신호가 켜졌다.
처리를 합의한 북한인권법이 야당의 일방적인 자세로 다시금 무산되려는 실정이다.
발의된 지 11년 만의 법안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는 북한인권법과 관련하여, 미디어펜은 26일 북한인권법통과를위한모임(이하 NANK) 인지연 대표와 대담을 나누었다.
다음은 인 대표와의 일문 일답이다.
- 여야 간 북한인권법 처리 합의가 목전에 있는 지금,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지는 날이 오는구나’해서 믿기지 않고, 여야 합의 내용에 대한 실망감도 있어서 ‘갈 길이 멀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언급을 안 할 수 없는 것은, 합의내용이 우리 뜻대로 되지 않았어도 여야 의원님들께서 국제사회 북한인권에 대한 신랄한 인식과 국제사회의 외침을 외면하지 않으셨고 우리 같은 국민들의 여망을 담아주셨고 그것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그에 따라 합의안도 나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입법을 담당하신 의원님들께도 감사하고, 개인적으로는 기쁩니다. 향후 개정 운동을 더 치열하고 어렵게 하더라도 기쁘다는 감정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 애썼던 과거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빗방울로 바윗돌 뚫기라고 생각했지만 이루어지는 날이 오네요.
- 언론에 보도된 여야 절충안은, “통일부에 기록보존소를 설치하여 인권침해 사례를 수집 및 기록한 뒤 법무부에 3개월마다 전달 보존한다”입니다. 이 북한인권법 합의 절충안의 모순과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기록보존소가 하는 일은 극악무도한 인권침해 사례를 모으는 겁니다. 북한이 자행하는 끔찍한 극악무도한 인권침해 사례는 범죄, 크라임입니다. 유엔은 COI 보고서(북한인권조사위원회)를 통해 북한 정권이 자행한 인권침해 사례들은 국제법상 ‘반인도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해당된다고 2014년에 이미 공표했습니다. 세상에 선언을 한 것인데, 이 기록보존소를 법무부에 설치한다는 것은 북한의 인권침해사례들을 샅샅이 기록해서 통일 청산에서까지 쓰일 거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북한의 그 범죄를 누가 다루어야 하냐는 것입니다. 사람을 때려죽이고 낙태시키는 그런 반인도범죄, 명백한 범죄에 대하여 기소권을 지닌 법무부가 담당해야 북한정권이 두려워하며 인권침해를 주저합니다. 통일부가 한다는 말은 이 범죄를 정보 취급하겠다는 것입니다. 수사할 대상을 연구하고 조사하는 것으로 본다는 말입니다.
법무부에 설치해야 북한의 인권침해를 억제하는 실효성을 갖는데, 통일부에 설치하면 남북관계 개선 및 남북 대화 등을 눈치 보느라 온갖 신경을 다 슬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인권침해 사례, 그 끔찍한 사례들을 수집하는 단계에서 엄격하게 하는 것과 북한 정권 눈치를 보면서 기록하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야 합의안은 핵심에서 핵을 빼버린, 북한인권법이 제기능을 못하는 무력한 법으로 만든 것입니다. 새누리당을 기만하기 위하여, 새누리당과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더민주가 농단한 것입니다.
한편 수집기록 주체에 있어서 핵심 용어는 ‘엑세스’입니다. 북한정권과의 접근을 하면서 북한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엑세스는 모순이기에 가능하지 않습니다.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사례를 수사대상인 범죄로 보느냐, 연구대상인 정보로 보느냐의 갈림길입니다.
한 가지 묻습니다. 사람들을 때려죽이고 낙태시키고 공개처형하는 북한 정권 일련의 행위들이 연구대상입니까?
야당 입장에서는 북한인권법을 반대한다는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 통일부가 조사하고 법무부가 보존한다는 절충안에 합의했지만 이는 여당이 속은 것입니다. 물론 새누리당은 무력하게 속기보다는 인도주의적 대북지원에 대하여 모니터링, 감시한다는 단서를 달았고 인권재단에 대하여 합의했습니다.
이를 보면 새누리당이 더민주와 무기력하게 합의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지만, 기록보존소의 실질적 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에 여당으로선 많이 아쉬운 절충안에 합의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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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항상 ‘그쪽’ ‘저쪽’ ‘그들’ 아닙니다. 우리입니다. 내 입장에서 내가 맞아 죽어나가는데, 내 형제자매가 그러는데 사방팔방 도와달라고 하지 않을까요. 북녘 땅에 있다고 외면해선 안 됩니다." 북한 인권과 관련하여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전하는 인지연 대표의 말이다./사진=미디어펜 |
-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인권법의 쟁점이 ‘인권 vs 한반도평화’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이신지요. 그리고 향후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통일부가 어떤 입장으로 가야 할런지요. 새누리당은 인권 증진 노력에 한반도평화 노력(남북관계 발전)이 부수적인 것으로 보지만 더민주는 병렬적으로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일부 좌파 언론에서는 사설을 통해 “인권 못지않게 평화와 화해 또한 중요한 보편가치”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인권근본주의에 근거한 일방적 폭력적 접근이 합리화돼 더 큰 문제를 낳는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과거 미국의 이라크 침공 사례를 들기도 했습니다.
한겨레신문 사설을 비롯한 더민주의 입장은 국제사회와 북한주민을 망각하고 속이는 레토릭, 수사법입니다, 아름다운 수사법을 빙자한 비합리성 자체입니다.
사람 죽이고 온갖 폭력과 악행을 자행하는 정권은 압력을 넣는 정도가 아니라 징계의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살인을 습관적으로 저지르는 범죄자에 대하여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래도 너는 인간이니 악수하고 평화 얘기해보자라는 겁니까.
한쪽은 징계, 압력만을 넣자고 하고 다른 한쪽은 평화와 인권을 얘기한다? 하지만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러한 아름다운 수사법에 속아온 종국적인 결과는 핵개발로 귀결됩니다. 그 범죄자가 지금껏 해온 것은 핵무기 개발이기도 합니다.
한편 통일부의 현 입장에 대해서는 지지합니다. “한반도 평화 챙긴다고 해서 인권 무시할 수 없다”는 어제 통일부 논평은 매우 강력한 입장이었습니다. 물론 평화에 대한 정의는 정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한반도 평화와 북한 인권을 연계시키는 것 부적절하다”는 통일부 논평은 자신들도 아는 것입니다. 북한 정권은 범죄자인데 이들과 어떻게 웃으면서 함께 하냐는 반문입니다.
그리고 야당 더민주의 기본 원칙, 병렬적으로 가고 남북개선을 넣자? 이는 악수하면서 뺨 때리는 걸 동시에 하자는 소리입니다. 모순입니다. 이번에 밝힌 통일부의 입장을 지지합니다. 초심 그대로 가야 합니다. 더민주의 본심은 통일부가 북한 인권과 관련하여 일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인권에 평화를 내세우는 일각의 주장은 교활하기 짝이 없고 더 이상 야비할 수 없는 말입니다.
- 통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북한인권법 통과 후 시행령을 작업해야 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책무 목표’에 대한 쟁점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북한인권법의 거시적 목표, 우선적 목표에 대해 어떤 의견이신지요?
국제사회 COI 보고서에서는 북한에 대한 결론이 무엇이었습니까. 김정은이라고 명시만 하지 않았지, 조직적이며 광범위한 인권침해에 대하여 북한 정권, 즉 인권침해의 책임자를 ICC 법정에 회부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게 바로 인간으로서, 보편적 인권을 거론하는 사람들로서는 당연히 상식적으로 내릴 수 있는 결론입니다.
다만 대한민국 정부는 제 3자의 자명한 사실에 대하여 김정은 정권이 범죄집단이라는 것을 시행령에 명시적으로 넣을 수는 없겠으나, (그에 준하는) 한반도 평화 증진 노력을 떼고 북한인권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그런 명시적이며 거시적인 목표라도 명문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북한인권 증진이나 개선이라는 용어는 쓸 수 없습니다. 북한주민에게는 인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권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증언입니다. 북한인권 혁명이지 개선이 아닙니다. 이와 관련하여 더민주에서는 북한인권증진법이라는 말을 내놓았었습니다. 새누리당은 북한인권법이라 지칭했는데 말입니다. 법안 명칭에서부터 문제의식 및 입장이 확연히 갈라집니다.
- 일각에서는 “2004년 미국, 2006년 일본의 북한인권법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회의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2004.10.18 제정.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서명). 상징적으로든 실질적으로든 마련됨으로써 북한인권운동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대한민국 탈북자 분들 북한인권 혁명을 하는데 있어서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미국 정부에서 받은 돈으로 간신히 활동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효성이 없다고요? 그들이 느끼는 실효성이겠죠. 그마저도 줄어서 북한인권운동 단체가 고사될 지경입니다.
한편 일본 북한인권법은 납치 문제에 대한 북조선 인권보호법입니다. 입장과 범위가 다릅니다. 정상국가로서의 자국민 보호에 집중한, 제대로 된 법안입니다. 해당 법안의 명칭은 ‘납치 문제 및 기타 북한 당국에 의한 인권침해 문제의 대처에 대한 법률’입니다(2006.6.23.제정). 우리나라 납북자 숫자가 전시, 전후 합쳐서 10만 명에 가까운 반면 일본은 20여명 남짓 합니다. 하지만 일본은 이런 법을 만들어 정부 차원에서 자국민 보호에 힘쓰고 있습니다. 저도 일본정부가 제네바에서 주최하는 납치 관련 심포지엄을 2012년에 참석, 발표한 바 있습니다. 2015년 유엔본부 뉴욕에서 계속 활동하는 등 일본정부는 끊임없이 실질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인권법이 실질적 효과 없다? ‘실효성 없는 실패한 법안’ 운운하는 주장은 언어도단, 망언입니다.
- 과거 햇볕정책을 그리워하는 여전한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주민의 기본적 생존권 확보를 위한 대북경제협력과 지원이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모든 뉴스와 리포트를 통해서 대북인도주의적 지원이 모두 다 북핵 개발로 귀결되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김대중정부의 퍼주기, 햇볕정책의 결과는 북핵 개발입니다. 가장 큰 공헌을 한 외부자극입니다. 그런데도 계속 퍼주자고요. 야권에서는 아직도 온갖 구실과 명분을 들이대면서 퍼주자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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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인권 증진이나 개선이라는 용어는 쓸 수 없다. 북한주민에게는 인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권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북한인권 혁명이지 개선이 아니다./사진=미디어펜 |
- 야당 더민주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그분들도 이해는 합니다. 왜냐. 김정은 정권, 그들에게는 타도와 분개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해서 서로 함께 잘 가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6.15 선언에 입각하여 말입니다.
김대중 정신을 스스로 허물 수 없는 그들이기에 “실질적 효과를 발휘하는 북한인권법에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이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법에 합의해주었다는 그분들의 눈물겨운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다만 그분들이 부디 잊지 말길 바라는 것은, 당신들도 사람이라면 맞아죽고 굶어죽고 얼어 죽는 북한 사람들 생각을 한번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북한에서 한번 살아보시길 권합니다. 평양 정권 눈치 보지 말고, 평양 아닌 다른 곳에서 한번 가이드 없이 살아보시라는 권유를 드립니다.
-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북한은 항상 ‘그쪽’ ‘저쪽’ ‘그들’ 아닙니다. 우리입니다.
북한에게 있어서 죽어가고 맞아나가는 그들, 우리입니다. 부디 일깨워서 인지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내 딸 내 아들 죽었다고 난리를 치지만 내 딸이 강간당하고 내 아들이 맞는데 가만히 있다?
내 입장에서 내가 맞아 죽어나가는데, 내 형제자매가 그러는데 사방팔방 도와달라고 하지 않을까요.
북녘 땅에 있다고 외면해선 안 됩니다. 당장 죽어가고 있는 북한 아이들에게 마음 한조각 주어본 적 있으십니까.
광화문 동아일보 앞, 하루 천여 명 앞 중 함께 하는 참여자는 하나나 둘, 많아도 5명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부끄러운 줄을 알고, 같은 인간으로서 보편적 인권을 지닌 북한주민들을 외면하지 말고 함께 행동하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짧은 말 한마디인데 이 말을 꺼낼 때마다 목이 메입니다. 항상 하는 동일한 말이 있습니다.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죄송합니다.
우리 만나는 그 날까지.
더 애쓰고 더 노력하겠습니다. 더 지혜롭게 더 성실하게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