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브리핑보다 취재기사를 보고 싶다
요즘 언론들의 인물 보도를 보면, 언론으로서의 체신도 없고 무슨 ‘소설’을 쓰듯 기사를 쓰고 있는 느낌을 받아 좀 창피하다는 생각이 든다.
윤창중 대변인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그렇다. 대변인은 대통령의 의사나 중요 회의에서 일어난 일을 전하는 사람이다. 대변인이 의사결정자도 아니고 정책을 만든 사람도 아니고 청와대 회의 내용이란 전 부처와 관련된 일일 텐데 대변인이 그걸 어떻게 다 파악할 수 있나.
기가 찰 노릇은 대변인 브리핑만으로 기사를 쓰려고 하는 것 같다. 청와대가 취재하기는 어렵다고 하지만 요즘에는 다른 부처도 함부로 사무실에 들어가기 쉽지 않고 다 약속해서 취재해야 한다. 그러므로 당초부터 브리핑만 듣고 취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힘들지만 취재원을 발굴하고 전문가 인맥도 확보해둬서 취재하지 않으면 제대로 기사를 쓰지 못한다. 브리핑 타령을 그만하면 좋겠다.
각사 데스크들이 더 문제다. 브리핑 잘 안 한다고 투덜거리는 취재기자들을 되레 호통 쳐서 취재를 하라고 해야지 대변인이 브리핑 못한다는 ‘가십성’을 버젓이 기사랍시고 진지하게 쓰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비서관에 대한 보도도 삼류 정치소설을 읽는 것 같다. 의사결정권을 가진 지휘관이 하는 일이 있고, 참모 역할과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비서관 업무는 엄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비서관들이 사실상 중요 국정에 대해 결정을 다하고 구중궁궐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무대로 설정하고 주인공처럼 소설을 써대고 있다. .
예전 같으면 술 자리에서나 믿거나 말거나 나누는 얘기를 그럴싸하게 기사를 쓰는 격이다. 국가 정책이 비서관들에 의해 결정되지는 않는다. 다 전문 분야가 있고 책임을 지는 부처가 있고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견제와 균형에 의해 결정되는 게 정책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것을 상식에 맞지 않는 상상의 기사를 쓰고 그것을 받아주는 데스크들이라니…
성대 출신들이 많다는 얘기도 이제 그만둬라. 그러면 성대출신보다 더 많은 서울대는 왜 얘기하지 않은가. 서울대는 괜찮고 성대는 안 된다는 건 더 심한 학벌주의다. 좀 두드러져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이젠 됐다. 무슨 마녀사냥도 아니고…
불통 타령도 입 닫아라. 이 또한 취재는 안 하고 브리핑만으로 취재하고 인터넷 검색으로 기사를 쓰려고 하니까 이런 불통 소리를 하는 것 같다. 전 세계 어떤 민주주의 정부도 모든 일을 털어놓고 브리핑을 하는 나라는 없다. 기자들이 발품을 팔아 취재를 해야 한다. 브리핑만으로 쓰는 기자가 무슨 기자냐 필경사지. 취재는 안 하고, 브리핑 태도를 맨날 비판하는 기사에 국민들은 짜증난다. 기자가 불만스러우면 국민도 불만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인가. 국민들은 뻔한 브리핑보다는 발로 뛴 취재 기사를 보고 싶어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