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한 남성의 이른바 '양다리'가 두 여성의 법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됐다.

A씨는 2013년 남자친구를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그에게 이전부터 교제하던 여자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와 결혼까지 약속하게 되었고 관계는 계속 이어졌다.

결국 A씨는 남자친구의 여자친구 B씨에게 ‘당신의 남자친구와 결혼하니 헤어져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B씨는 ‘제가 남자친구에게 빌려 준 2천만원을 대신 갚으라’는 답장을 보냈다.

A씨는 바로 다음날 B씨에게 1천만원을 보냈다. 그리고 '나머지 1천만원도 다음 달 말까지 주겠다'는 각서를 작성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500만원을 더 부쳤다.

그러나 약속한 시한이 왔을 때 남은 500만원을 부치지 못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남자친구의 마음이 돌아섰다. 며칠 후 B씨는 "저희 다시 만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남자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전송했다.

A씨는 갖고 있던 돈을 더 부쳤지만 갈가리 찢어진 A씨의 각서 사진이 돌아왔을 뿐이었다. 심지어 B씨는 "남은 돈 내놓으라"고 주장하면서 소송까지 걸었다. 아이가 있는 A씨의 사정을 악용해 '아이 학교 홈페이지에 글을 쓰겠다. 아이가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게 하겠다'고까지 했다.

A씨 역시 ‘B씨의 폭언과 협박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맞소송을 냈다. 한 남성의 '양다리 걸치기'가 두 여성의 법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된 셈.

1심은 ‘각서를 찢어 보인 행동이 돈 받을 권리를 포기한 것에 해당한다’며 B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의 손해배상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불복해 항소를 했고,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부(한숙희 부장판사)는 1심을 파기하고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는 A씨에게 용인할 수 있는 정도를 넘는 심한 욕설을 하거나 아이에게 위해를 가하겠다고 해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도 폭언으로 맞섰던 점 등을 고려해 청구액 500만원 중 일부만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