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줄세우기, 신흥 명문 만들기
이제 그만 써야
2013-04-01 09:29:54 |
창조적 인재는 경향각지의 다양한 학교에서 나온다
영향력 있는 모 신문이 의대 치대 한의대를 많이 합격시킨 외고와 자사고, 자율고의 순위를 보여주는 기사를 썼다.
이런 보도는 우수한 학생들의 쏠림으로 가뜩이나 문제 많은 의대 계열 선호를 더욱 부추긴다. 입시업체가 낸 데이터를 그대로 인용한 것인데, 이제 이런 보도를 안 했으면 한다.
외고와 자사고, 자율고만으로 이런 통계를 내는 것은 일반 고교와 실업 고교를 차별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의대 계열에도 당연히 우수한 학생들이 가야 하겠지만 학부모들의 의대계 선호는 일종의 ‘망국병’에 가깝다. 이를 앞장서서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기획기사나 칼럼을 써놓고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또 그런 기사를 반복해서 쓰고 있다. 참으로 끈질긴 입시 기사 쓰기의 습벽이라는 생각이다.
의대계열 합격생을 가장 많이 배출했다는 학교를 보면 졸업생의 절반 이상을 의대계열로 보냈는데, 그런 학교가 정말 ‘명문’인지 모르겠다. 학교란 나라와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곳인데, 의대 합격생을 많이 배출하는 것이 학교설립목적인지 모를 지경이다. 이런 학교들을 ‘명문’으로 부르면 바람직하지 않은 메시지를 사회와 학생들에게 심어주게 된다.
최근에 정부 장차관 인사 발표 때도 ‘전통 명문고는 지고 신흥명문고가 뜬다’는 식의 기사를 만들고 있다. 이 또한 새로운 학벌 만들기를 조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한걸음 질적으로 성장하려면 창조성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창조성은 다양성과 저마다의 전문성이 부딪치고 깨어질 때 나타난다. 이런 창조적 인재 육성은 대학과 고교의 다양성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신문 언론이 획일적 명문 만들기를 지속적으로 조장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전보다는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완치되지 않은 고질병처럼 때만 되면 도진다.
학교 줄세우기 보도는 기사의 질로 보더라도 아주 쉽게 쓸 수 있는 기사로서 사회부의 젊은 기자들은 보도자료성보다 발로 뛰는 현장기사를 써야 할 것이다.
방송 보도는 원래부터 시간제약 때문에 그런 보도를 하지 않았지만 인터넷 뉴스매체들만이라도 학벌 조장 보도를 일절 하지 않기 바란다.
요즘 화두가 된 창조성에 대해 한 마디 더 한다면 창조성은체제 순응적 성향이 강한 명문학교 출신들에게서는 잘 안 나오지 않는다. 아웃사이더들이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고 절박하게 생각하는 그 지점에서 창조성이 꿈틀거린다. 그러므로 현재 두세 개 정도의 명문대학들이 한 국가의 인재를 독식하는 구조 아래서는 선진국 베끼기밖에 할 게 없다.
‘창조성’은 한국경제가 꼭 필요로 하는능력이다. 이러기 위해서 신문부터 한줌밖에 안 되는 명문학교 띄우기를 삼가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