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사원, 설 연휴 친척 피하고 회사 점수 얻으려 자진 출근

[미디어펜=김태우기자]따뜻하고 행복할 것만 같은 설명절이 최근 청년층들 사이에선 달갑지 않은 연중행사가 되는 듯 보여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벤트 대행사에 지난해 입사해 인턴생활을 마치고 수습으로 일하는 서울시 강동구에 사는 김 모 씨(남·29)는 남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설연휴가 반갑지 않다. 더욱이 오랜만에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는 최대한 피하고 싶은 심정이다.

   
▲ 따뜻하고 행복할 것만 같은 설명절이 최근 청년층들 사이에선 달갑지 않은 연중행사가 되는 듯 보여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연합뉴스
친척들과 만나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들과 지인들과의 비교되는 상황이 김 씨에겐 고문과도 같은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입사한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며 앞날이 보장되지도 않은 채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김 씨를 더 힘들게 해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이에 김 씨는 올 설 당직을 자청해 회사에 출근할 계획이다. 회사에는 점수를 딸 수 있고 불편한 친척들과 만나지 않을 수 있는 1석2조의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김 씨는 “주변에도 취업난에 힘들어하다 일자리를 찾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같은 처지의 친구들이 많다”며 “가끔 모여서 이야기 해보면 모두 생각하는 것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친척들과 주변사람들이 원하는 기대치는 큰 반면 현재 청년층의 힘겨운 취업난으로 기대치와 현실의 격차에서 오는 입장차이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 씨는 “당장 몇 개월 뒤 현재회사에 남아있을 수 있는지 조차 불확실한 상황에서 2~3년 뒤의 일을 생각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하긴 힘들다”며 “최우선 순위가 확실한 일자리 마련이지만 가족들의 바람은 2~3단계를 건너뛰어 생활방식까지를 말하면 숨이 막힐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이에 김씨는 이번 설 연휴에 딱히 잔업이 밀려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진해 당직을 서기로 결정하고 고향방문은 포기했다.

앞서 지난해 초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4년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하고 처음 가진 일자리가 1년 이하 계약직이었던 15-29세 청년은 76만1000명으로 전체 청년 취업자의 19.5%를 차지했다.

이러한 수치는 지난 2013년 21.2%보다는 낮아졌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11.2%와 비교하면 아직도 높은 수치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일을 그만둬야 하는 계약직을 첫 직장으로 잡은 청년 비중은 34.8%로 청년 취업자 3명 중 1명은 고용이 불안정한 곳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기간이 따로 없이 계속해서 근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잡은 청년 비중은 지난해 62.1%로 2013년 60.5%보다는 늘었지만 2008년 63.2%보다는 줄어든 수치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계약직 근로자는 “취업이 어려워 경력이라도 쌓는다는 생각으로 계약직근로자로 일하고 있지만 이번 계약이 끝나고 난 뒤 정직원 채용을 생각하기보다 다음 일자리를 구하는 게 더 우선시되고 있다”며 “시간은 지나고 있지만 무엇 하나 결정되는 것이 없어 답답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