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보도의 혁신’ 이뤄낼까.
손석희씨는 솔직히 MBC를 떠나서는 생각하기 힘든 존재다. MBC는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그래도 리버럴한 편이다. 그것이 과해서 ‘노영방송’이란 네임이 따라다니지만 여하튼 손석희와 시선집중은 MBC라는 생태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생태계를 떠난 물고기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걱정이다.
아침 방송을 매일 라이브로 한다는 건 정말 초인적인 노력이 없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버티게 해준 거는 방송에 대한 그의 강한 사명감이라고 의심치 않는다. ‘시선집중’을 가끔 들을 때가 있었는데 손석희 앵커는 갈수록 소위 ‘물이 올라’ 나름대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청취자들이 듣고 싶은 송곳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대담자가 어물쩍 넘어가기라도 할라치면 꼭 집어서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시원할 때가 많았다.
그런 그가 MBC를 떠나려고 한 것은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우선 50대 후반의 나이로 매일 새벽 4시 무렵에 나와서 방송 준비를 이어간다는 건 여간 힘든 게 아니었을 법하다. 그런 이유라면 그의 떠남은 잘 결정한 일이다. 혹자는 최근 일련의 파업 사태와 잇단 해고 등으로 MBC에 실망했기 때문에 떠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건 좀 확대해석인 것 같다. 손석희씨는 이미 MBC를 떠난 지 꽤 됐기 때문에 그럴 정도로 동류 의식을 느낄 것 같지 않다.
여하튼 그가 하필이면 왜 JTBC행일까, 하고 생각해보면 다들 좀 찜찜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가 옮기려고 한다면 거기밖에 없을 것 같다는 수긍이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같은 지상파로 옮기기는 그렇고 그러면 종편인데, JTBC가 딴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기색깔이 덜 강하고 재정 형편도 나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스타는 범인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병’이 있다고들 한다. 스타는 대중에게 잊혀지는 걸 참지 못한다는 것이다. 혹시 냉철할 것 같은 손씨도 잊혀지는 걸 두려워해서 JTBC의 ‘레토릭’에 넘어갔는지도 모른다. ‘TV뉴스의 혁신’이 필요하긴 하다. 방송기자라면 이구동성으로 그 필요성을 절감한다. 그것이 안 되는 이유는 방송사 보도국장들이 못나서 아니고 가장 큰 책임은 오너 사장이다. 월급쟁이 사장들은 임기가 있어서 그런 체질을 바꾸는 것 같은 ‘무거운 혁신’을 추진할 능력이 없다. 월급쟁이 사장들은 루틴한 잔무를 처리하다가 1-2년을 후딱 보낸다. 3년째는 출구 전략과 헤드헌팅 당하는 준비하느라 더 바빠진다.
그렇기 때문에 월급쟁이 사장으로 가는 손석희씨가 그걸 해낼 수 있을까. 설사 하려는 의지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렵다. 현재 선진국 언론에서는 당연시 하는 ‘전문기자’도 우리 언론사들은 흐지부지, 있는 것이라도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판인데, 보도 관행을 뜯어고친다는 건 하나의 도전이다. 제발 성공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어쩌면 손석희씨의 행운은 MBC까지 일지도 모른다. 사장과 부담 없이 얘기할 수 있고 동료 선후배들과 식구처럼 지낼 수 있는 분위기와는 딴판인 회사에서 좌절을 느끼다가 그동안 쌓아온 명성에 행여 금 가는 것 아닌지 염려되기도 한다.
그는 방송인으로서는 이미 정상에 섰다. 더 이상 올라설 정상은 없다. 이제는 정상에 연연하지 말고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눠줄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