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한달여만에 ‘광명성 4호’ 장거리미사일 발사 도발을 강행한 것은 다목적 포석이 깔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5월 36년만에 여는 7차 당대회를 앞두고 내부결속을 다지는 것 외에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고, 미국 대선판에서 주목받으려는 의도까지 있다는 분석이다.
그 중에서도 북한이 첫 수소탄 실험 뒤 중국의 태도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을 확인하고 김정일 생일을 맞아 축포를 쏘듯 광명성 4호를 발사한 점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다웨이 북핵 6자회담 중국 수석대표가 평양을 방문한 당일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첫 통보했고, 우다웨이가 귀환한 직후 날짜를 수정 통보하고 곧바로 다음날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다.
집권 5년차를 맞는 김정은이 자기 통치를 선언하기 위해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치적쌓기를 하는 동안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은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체제를 우려할 상황으로 치달았다.
김정은정권에서 두 번째 핵실험이 강행됐는데도 한국과 미국, 중국이 같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동안 북한은 연거푸 장거리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한미 양국은 즉각 한반도 사드 배치 협의를 공식화했고, 이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남한 내부에서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찬반 갈등이 조성되는 상황이다.
한미 양국은 7일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도발 당일 사드 배치에 대한 공식 협의를 발표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7일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긴급히 초치해 강력 항의했다. 한미의 사드 배치 협의에 일본이 지지의사를 밝힌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한목소리로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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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한 광명성 4호 발사장면./사진=연합뉴스 |
김정일 사망 이후 소원해진 북중관계의 복원 여부와 상관없이 북핵 문제가 극단에 치달으면서 동북아에서 군비경쟁을 가열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미온적일수록 한미일의 공조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북한이 수소탄이라 주장하는 4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에는 남한 내에서 핵무장론이 대두됐다. 남한 내 핵무장론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우려된다면 주한미군에 전술핵이라도 배치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 북한의 핵 위협을 군사 대국화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기세이다.
이런 동북아 정세와 관련해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는 “북한 로켓 발사가 미사일방어 ’스타워즈(Star Wars)'라는 새로운 시대를 불러올 수 있다”고 관측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미국과 한국이 북한을 저지할 수 있는 더욱 실효적인 행동을 취해야 하며, 여기에는 북한 붕괴 및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구체적 준비 등의 위협이 포함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방부 보고서에서는 북한 붕괴 가능성이 거론됐다.
북한이 핵실험 이후 안보리에서 대북제재가 논의되던 와중에 연거푸 미사일 도발을 감행해 충격을 받은 국제사회가 요란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번만큼은 대북제재 조치가 소위 일회성으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일환에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드의 실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드 배치 협의를 공식화한 것이라면 사실상 북핵 문제에 있어서 ‘키맨’으로 지목되어온 중국을 압박할 카드로 삼은 것이다.
동시에 정부는 독자적인 대북 응징을 위해 개성공단 폐쇄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홍용표 통일부장관은 8일 국회 외통위 질의에서 “개성공단을 포함해 모든 가능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즉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홍 장관은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해서 비핵화로 향하게 하겠다”고 단언했다.
즉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사드 배치와 개성공단 폐쇄 두 가지 방안에 대해 협의 중이다. 북핵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가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위해 꺼내들 카드는 현재 개성공단 이외에는 없다. 우리가 국제사회를 향해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를 통해 북한으로 유입되는 돈줄을 차단해달라고 호소하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유지는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특히 북한 대외무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에 대해 독자제재를 요구해오면서도 개성공단만 특수성을 내세워 고수하기란 어렵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가 이번에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개성공단 폐쇄를 감행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유엔 안보리를 통해 핵·미사일 개발 능력을 가진 북한이 이 기술을 사용할 의지 또한 갖고 있는 점을 경고하는 데 주력했다. 외교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논의에서 “북한의 마약거래, 위폐제조 등 불법활동의 전례에 비추어볼 때 북한의 핵 기술과 물질이 장차 테러단체로 이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의 수소탄 실험이 낮은 지진파를 기록해 실패라고 규정하는 시각도 있지만 이후 북한은 ‘핵폭발력 임의 조절, 통제 기술’이었다고 조목조목 반박한 바 있다. 게다가 국내 전문가와 대북소식통들 사이에서도 수소탄 실험이 맞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는 만큼 그 위험성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통한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핵폭발력 조절능력을 실험했으며, 4차 핵실험은 기존보다 100m 가량 더 깊은 지점에서 실시됐다”고 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4차 핵실험은 시험용 수소탄 실험이었으므로 북한이 올해 안에 완성된 수소폭탄으로 5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북한의 핵실험이 9.19 공동성명, NPT 등 국제규범, IAEA 안전조치 협정 등을 위반하면서 지속되어온 것에도 새삼 주목해야 한다. 이제 북한은 원자탄, 수소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개발하면서 군사강국을 내세우고 있다. 국제사회의 지탄에도 불구하고 3대세습을 완성한 김정은정권이 체제유지를 위해 내부결속을 도모하는 한편, 외부 협상력을 키우려는 의도가 주된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경제를 붕괴시킬 강경제재에는 반대하고 있으니 현 정부의 대중외교가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올 법하다. 하지만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분명한 것은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은 달라지지 않았고, 중국은 북핵 문제 역시 미국과 경쟁구도 속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우리가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해 배치하려는 사드 역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의 대북 태도가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도 중국에 대한 높았던 기대를 낮추고 보다 긴 호흡으로 한미, 한중 관계를 지속시켜나갈 수밖에 없다. 가장 현실적으로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에 동참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이에 대해 우리는 한반도에 사드 배치 문제는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었다면 거론되지 않았을 문제였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그동안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책임을 미뤄온 것이 사실이다.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해 핵무장을 지속하면서 미국을 위협했다. 안보리를 통한 국제제재가 쌓여갔지만 실효성이 없자 미국은 중국이 독자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중국은 크게 반발해왔다. 북한의 광명성 4호 발사 후 중국은 오히려 ‘북핵 문제의 가장 중요한 관계자는 미국’이라고 반박했다.
8일 긴급하게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 규탄 언론성명을 채택하면서도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했다. 이런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가 한가롭게 들린다면 이제 북핵 문제를 미국·중국의 패권경쟁의 한복판에서 빼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 단계는 북핵 문제의 당사자로서 일관된 입장부터 마련해야 한다. 사실 통일외교에 앞서 우리 내부의 일치된 주장이 있어야 북한도 주변국도 헷갈리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