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뇌물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이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전 총장은 2008년 9월 유도탄 고속함과 차기 호위함 등을 수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옛 STX그룹 계열사에서
7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3월 구속기소된 바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12일 정 전 총장의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뇌물을 받은 것은 맞지만 이득액을 공소 사실처럼 7억7000만원 전부로 볼
수 없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 단순 뇌물죄를 적용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특가법상 뇌물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0년과 벌금 4억원, 추징금 4억45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함께 불구속 기소된 정 전 총장의 장남(39)에게도 1심의 징역 5년과 벌금 2억원, 추징금 3억8500만원을 파기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남 정씨의 회사인 '요트앤컴퍼니'에는 지분을 33%씩 가진 다른 주주가 2명 더 있었으므로 정씨의 1인 회사로 볼 수 없고
엄연히 법인격의 실체가 있는 회사였다. 따라서 껍데기 회사에 지급된 7억7천만원을 피고인들이 모두 뇌물로 받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STX가 7억7000만원을 후원해 주주인 피고인들이 이득을 본 것은 자명하지만 이 후원이 회사 주식가치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특정하기
어려우므로 가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이익을 얻은 경우에 해당해 특가법상 뇌물죄가 아닌 단순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해군 정보함에 탑재할 통신·전자정보 수집장비의 납품을 성사시켜주고 관련 업체로부터 2009년 2차례 6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도
1심은 유죄로 봤지만, 항소심은 뇌물공여자와 전달자의 진술이 엇갈리는 점 등을 지적하며 "'배달사고'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전 총장에게 "해군참모총장으로서 지위를 내세워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거액의 후원금을 지급하게 한 죄질이 불량하다. 방산업체와
해군의 유착관계를 근절할 정책적 필요성도 있다"며 "다만,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뇌물을 받은 뒤 부당한 처사를 행한 것은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장남에게는 "계속해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불리한 정상이지만, 본인이 공직자는 아니며 아버지가 실형을 받고 장기간 복역하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