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 마피아’에 대한 탐사보도 강화 필요
원전비리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원전비리의 당사자는 물론이고 원전비리를 가능케한 원전 마피아의 먹이 사슬구조, 산업통상자원부의 안일한 김독책임과 장기적 대책의 부재까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러면 언론은 잘못이 없는가. 그 어떤 부문보다도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원전이 매우 전문적인 분야이고 폐쇄적 인적 카르텔 때문이라고 해서 감시를 소홀한 언론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과거 독재시대에는 권력형 고위층 부패가 문제였는데, 지금은 특정 산업의 전문직종과 직업들끼리의 집단적 부패가 뿌리를 내린 느낌이다. 집단적 부패는 특정 집단 전체가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죄의식이 없고 외부에서는 좀처럼 눈치챌 수도 없고 뭔가 있는 것 같아도 증거를 잡아내기 어렵다.
전문직종과 특정 산업의 폐쇄적 내부 구조 속에 이뤄지는 곳을 취재하려면 내부 제보자가 있어야 한다. 설사 내부 제보자가 있어도 집단 전체가 그 제보자의 내용을 부인해 버리면 진실을 보도한 언론사가 오히려 뒤집어쓸 수도 있다.
그러므로 언론사는 평소에 요주의 산업과 기관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조금이라도 낌새가 발견되면 탐사팀을 만들어 지속적이고 집요한 취재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작금의 언론 상황은 이런 탐사 취재를 난망케하는 처지에 놓여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MB정부는 언론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가뜩이나 어려운 광고 시장에 종편을 4개씩이나 허가했다. 새로 들어선 박근혜 정부도 언론을 마지 못해 웃으며 상대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무시’나 다름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수 정권이 어쩌다 언론을 이렇게 깔보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민주당은 새누리당보다는 언론의 역할을 존중해주는 분위기인 듯해 그나마 다행이다.
기업들도 새누리당을 본보듯 언론을 아주 우습게 본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사정을 아는 탓인지 기업들의 언론 무시는 아주 노골적이기조차 한 감이다. 한국 언론은 정부와 여당과 재계의 무시와 인터넷 등장으로 위한 위상 추락, 재정 기반 악화 등으로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상황이 아무리 그렇다 해도, 언론은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재정적으로 어려우면 몸으로 때우면 된다. 탐사 취재를 하지 않으면 언론의 본래 기능을 방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탐사 취재에 보수와 진보가 다를 수 없다. 기자는 ‘팩트’로 말해야 한다. 기자들은 보도자료나 옮기고 연예인 꽁무니를 떼구름처럼 쫓아다니지 말고 원전 비리와 같은 구조적 부패를 추적 보도해야 한다. 수십 조원의 예산을 펑펑 써대는 과학기술 연구사업의 전체를 파헤쳐야 한다. 일반인과 기자들이 모른다고 하여 난해한 지식과 기술의 뒤에 숨어서 혈세를 제 주머니 돈처럼 낭비하는 저들을 찾아내어 국민의 이름으로 고발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기득권자로부터 무시당하는 언론의 살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