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설연휴 이후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다. 따스한 봄을 고대하는 시장의 기다림과 달리 수도권 부동산 한파는 물러날 조짐이 없다. 봄은 오고 있으나 주택시장은 엄동설한이다.
2월부터 서울 및 수도권을 대상으로 시행된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와 매매심리가 냉각 등으로 가격 상승의 기대가 사라지면서 설연휴 이후 첫 주말에 수도권 신도시에 주택시장이 겨울잠이다. 올해까지 2개 신도시에 1만 가구의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서 입주폭탄의 후유증은 연중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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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부터 시행된 주택담보댇출 규제 강화는 지난해 청약열풍을 이끌었던 위레신도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양권 프리미엄이 고점대비 절반가까이 떨어진 곳이 수도룩하다사진은 지난 12일 본보가 찾은 위례신도시 인근 한 입주단지 아파트단지. |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여파는 지난해 청약 열풍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지역인 위례신도시와 하남미사 강변신도시 일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디어펜이 그 현장을 찾았다.
지난 2014년 청약경쟁률 136대 1을 기록하며 수도권 청약 열풍을 이끌었던 '위례자이'가 들어선 위례신도시는 최근 신규 아파트 '프리미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인기 단지의 경우 최고 2억 원 가까이 붙던 웃돈은 최근에는 1억 원 중후반대로 다소 떨어진 상황.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봄까지 약 7000여 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어 단기간 과잉공급 형태를 보이며 전세가는 하락하고 있다.
서울 강동 재건축의 반사이익을 한 몸에 받은 미사강변신도시는 전세 매물이 강세이나 입주물량이 본격화되는 봄철에는 약세 반전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급매물이 쌓이면서 분양권 프리미엄도 전고점 대비 30% 안팎 떨어진 상태다.
▲프리미엄 '뚝'…거래도 없어
“매물은 많이 나와 있는데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서 이달 들어서는 계약서 쓴 부동산이 거의 없습니다.”
위례신도시가 위치한 창곡동 일대 H부동산 관계자의 말처럼 한겨울 내리는 비처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인근 부동산 곳곳에서 연출됐다.
수도권 청약 열풍의 지원지였던 위례신도시는 설연휴가 지나도 여전 겨울잠이다.
치솟던 분양권 프리미엄매매가는 내리막길이고 전세값이 최대 1억원 가까이 가격이 떨어진 단지들이 수두룩하다.
위례신도시는 대형 주택형 단지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2기 신도시 중 서울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도시로 평가받는 만큼 집값이 웬만한 서울 지역을 상회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해 8~9월 기준으로 ‘래미안 위례신도시(A2-5블록)’ 전용 101㎡ 기준 매매가는 로얄층 기준 7억 원대 후반에서 최고 8억4000만원 사이에 거래됐다.
그러나 올해 초에는 같은 기준으로 7억 원 중반대로 매매가격이 떨어지더니 현재는 7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균 6억8000만 원 선에서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위례힐스테이트(A2-12블록)' 역시 전용 99㎡기준 매매가는 지난해 11월 8억1000여만 원대로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현재는 7억 원 중반대로 떨어졌다.
전용 99㎡ 역시 지난해 11월 8억1270만원(10층)에 거래되던 것이 올 1월엔 7억 원 중반 대에 거래되고 있다.
가격은 하락하는데 매매거래는 뜸하다. H부동산 관계자는 "프리미엄이 떨어졌다고 해도 여전히 수천만 원 이상이 붙어있다"며 "집값이 하락해도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으로 선뜻 매수 의향을 내비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전세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12월 입주가 시작된 새 아파트가 3000가구를 넘어선 가운데 신규분양을 받은 집주인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입주가 아닌 전세 급매물이 넘쳐나면서 전세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봄까지 약 4000여 가구가 더 입주할 예정이어서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입주가 시작된 ‘래미안 위례신도시(A2-5블록)’의 경우 전용 101㎡ 전세가가 4억∼4억5000만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약 1억 원 낮아진 금액이다.
같은 시기에 입주한 ‘위례 힐스테이트(A2-12블록)’ 전용 99㎡ 역시 전세가 4억 원 내외 형성되면서 매매가 7억50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매매가와 비교하면 전세가율이 낮다.
이밖에 ‘위례 사랑으로 부영(A2-10블록)’ 85㎡와 ‘위례 에코앤롯데캐슬(A3-8블록) 전용 84㎡도 각각 3억~3억3000만원, 2억9000만~3억3000만원 수준의 전세가격이 형성돼 있어 중대형을 가리지 않고 전세가격이 하락했다.
문제는 전세매물이 풍성해 가격이 낮아져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인한 부담이 서민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인근 G부동산 관계자는 “전세 매물을 알아보는 사람은 많은데 가격이 내려도 여전히 수요자들의 체감 가격은 높다”며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가 아무래도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N부동산 관계자는 “위례신도시가 여전히 인프라 구축이 늦어지고 있어 집주인들이 실거주보다는 전세매물로 돌려 내놓는 경향이 많다”며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는 시점에서야 전셋값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사강변, 강동 재건축 수혜효과 '격감'
반면 미사강변신도시는 위례신도시와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대부분의 공급주택이 전용 85㎡이하로 위례신도시와 비교해 가격은 낮지만 분양권 거래의 프리미엄의 강세는 한 풀 꺾인 모습니다.
실제 오는 4월 입주를 앞둔 ‘미사 강변 푸르지오 1차(A30블록)’는 지난달 전용 84㎡가 4억7000~4억8000만원대(10~12층)에 3채가 매매됐다. 지난해 10월 5억2000만원을 찍은 이후 내리막이다.
또 '미사강변 더샵센트럴뷰‘의 전용 84㎡는 지난달과 이달 4억4000~4억5000만원에서 3건의 매매가 성사됐다. 이 역시 지난해 10~11월의 전고점보다 약간 낮은 가격이다.
미사 강변 W 공인중개사는 “미사 강변의 민명아파트의 입주가 올해 본격화될 전망이다. 분양권 프리미엄은 전고점 대비 2000~3000만원 빠졌다”며 “종전 1억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은 단지도 급매물이 이어지면서 약보합세를 보이는 중이다”고 밝혔다.
강동구 재건축 이사수요의 최대 수혜지인 하남지구는 위례신도시와 달리 전세난이 여전하다..
미사강변신도시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일대 평균 전세가는 전용 84㎡기준 3억7000만~4억원 초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위례신도시보다 최대 1억원 전세매물이 비싸다.
높은 전세가율에 전세매물은 씨가 말랐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미사강변도시 A21블록에 조성되는 ‘미사강변센트럴자이’의 경우 전세 매물이 단 한건도 없다. 전세가율이 높은 탓에 급매물만 조금 나와있다.
A23블록에 조성되는 ‘미사강변더샵센트럴포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단지는 매매와 전세 매물이 전혀 없다.
단지 옆으로 A22블록에 조성되는 ‘미사강변동원로얄듀크’에 그나마 전세 매물이 나와 있는데 전세가가 전용 74㎡기준 21층 기준 3억6000만원, 전용 84㎡기준 23층 기준으로 3억8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미사강변신도시 풍산동 인근 S부동산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이 많은 중소형 주택이 주를 이루는 지역 특성상 전세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며 “전세가율이 높고 올해 시장 전망이 밝지 않아 급매물이 종종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거래가 잘 되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이어 “위례신도시보다 현재 인프라 형성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당분간은 강보합세가 예상되지만 향후 주택시장 전망을 고려해 처분하려는 사람이 많다”며 “신도시 입주가 본격화되면 될수록 매매와 전세가는 약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주택정책, 시장논리에 맡겨라
위례와 하남 등 2개 신도시에 분양권을 포함한 매매시장은 작년의 뜨거운 열기를 찾아볼 수 없다. 거래가 뜸하면서 약세일로다. 전세는 입주물량 폭탄으로 입주 초기 여느 신도시와 같이 급락하거나 약세 전환이 예고되고 있다.
두 신도시의 주택경기 냉각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라는 데 현지 부동산은 한목소리다.
창곡동 인근 K 부동산 대표는 “정부의 주택 정책이 해가 지날때마다 달라 일관성 없는게 가장 큰 문제”라며 “갑작스럽게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대출을 규제하니 서민들이나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인근 G부동산 관계자 역시 “현재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상환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대출금의 절반에 대해서만 원리금 균등상환을 하고 나머지 금액은 만기일시상환을 하는 등 탄력적인 정책방향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사강변도시 망월동 인근 W부동산 관계자는 “정부에서 주택담보대출규제 강화를 시행하는 것 자체가 시장논리에 간섭하는 행위”라며 “금융권의 자율권 행사를 막고 시장에 개입해 오랜만에 살아난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부동산 열기가 고조된 터라 쉽게 사그러들지는 않겠지만 규제를 통한 시장 정상화를 꾀하지 말고 시장논리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정책들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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