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먹한 정치적 소통에 압력차이 극복 필요하다

중학교 1학년 과학시간에 보면, 압력차이로 발생하는 ‘귀의 먹먹함’을 설명하면서 유스타키오관이 등장한다. 생물시간에도 나오는 내용인데, 귀는 3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외이(外耳), 중이(中耳), 내이(內耳)로 되어있다. 외이는 귓바퀴에서 고막까지 이어지는 통로로서 귓밥이 생기는 곳이다. 고막(鼓膜)과 달팽이관 사이에 보면 아래로 샛길처럼 내려가는 통로가 하나 있다. 이것이 바로 유스타키오관이다. 달팽이관은 내이(內耳)에 속하고, 반고리관과 함께 뇌로 연결되어 있어서 청신경과 회전감각을 담당한다.

고막과 달팽이관 사이에 위치한 유스타키오관은 외이와 중이의 압력차이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고막과 달팽이관 사이에 위치한 유스타키오관은 외이와 중이의 압력차이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고막과 달팽이관 중간에 샛길처럼 아래로 내려가는 이 작은 오솔길이 참으로 신기하다. 유스타키오관이 만약 없었다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참 불편했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대기압은 지상에서 동일하다. 공기가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힘은 땅에 살면서 차이를 느끼지 못하지만, 만약에 고층빌딩에 갑자기 올라가게 된다면 대기압의 차이가 발생한다. 공기의 압력은 지상에서 가장 무거워서 높고, 하늘로 올라갈수록 공기가 부족하므로 압력은 낮아진다. 압력은 누르는 힘이다.

고층빌딩에 올라가면 고막을 중심으로 외이(外耳)의 압력이 낮아졌으므로 상대적으로 압력이 높아진 고막속 중이(中耳)에서 외이(外耳)쪽으로 힘이 작용하고, 고막은 바깥으로 볼록 튀어나오게 된다. 그래서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서 먹먹해지는 것이다. 이때, 하품을 하거나 침을 삼키거나 코를 막고 살짝 힘을 주게 되면 귓속에서 뭔가 소리가 들리면서 정상이 된다. 바로 목구멍으로 연결된 유스타키오관이 열리면서, 외이와 중이의 압력이 같아지는 것이다. 참으로 신비한 일이다.

비행기를 타고 있다가 착륙하게 되면 귀가 먹먹해진다. 그 이유는 비행기속에서 압력은 낮은데, 대기압이 높아지면서 높은 공기압력이 고막을 누르면 고막이 안쪽으로 쏙 들어가게 된다. 고층빌딩에 올라갈 때와 정반대다. 이때도 하품을 하거나 침을 삼켜서 유스타키오관을 열면 외이와 중이의 압력이 같아지면서 고막이 정상이 된다.

현재 정치권은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서 극렬한 정쟁(政爭)을 일삼고 있다. 소통을 목적으로 왜 이렇게 지독한 불통의 정치현실이 되었는지, 국민들은 난감(難堪)해하고 있다. 진보가 되었든, 보수가 되었든, 결국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이 증명했듯이 우리들끼리의 전쟁은 우리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좌익과 우익의 두 날개가 서로 싸우면 날개꺽인 새는 날 수가 없듯이 국민들의 경제는 현재 피폐(疲弊)해지고 있다.

이러한 먹먹함은 어쩌면 진보와 보수의 서로간 압력차이때문에 발생하는 것 같다. 보수진영에서는 故노무현대통령과 故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원본에 대해서 ‘사초실종’이라고 하고, 진보진영에서는 기록물 작성을 위한 ‘사초폐기’라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조선시대에 ‘사초(史草)’는 실록을 만든 후에 ‘폐기처분’했던 것이 관행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도 같은 사실을 놓고 정반대의 해석을 하는 것인지, 뭔가 유스타키오관이 닫혀있어서 발생하는 문제는 아닐까싶다.

인간관계에서 유스타키오관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이다. 진보는 진보만 고집하지 말고, 보수도 보수만 고집하지 말고 서로의 입장을 한번만 더 생각하면서 서로의 압력차이를 같게 한다면, 지금과 같은 정치적 빙하기는 끝날 것 같다. 진보와 보수의 압력차이가 너무 극렬해서 발생한 정치권의 불통(不通)은 유스타키오관을 열어서 둘의 압력차이를 같게 해서 ‘소통의 고막’을 반듯하게 해야하지 않을까

국민경제는 막막한데, 정치권은 여전히 먹먹한 지금, 유스타키오관같은 그런 해결사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