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업체 구조조정 된 지금에 주택사업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이은철 e 정원이엔씨 대표.
▲이은철 e 정원이엔씨 대표.

뉴타운, 재건축, 재개발사업이 불황을 겪고 있는 지금, 정비업체들도 줄도산의 쓰나미에 휩싸였고, 문어발식으로 깃발꼽듯 사업장만 늘렸던 정비업체들은 부도를 맞거나 문을 닫은 곳이 상당하다. 살아남은 정비업체들은 실속과 정직을 고집한 업체들이다.

e·정원이엔씨 이은철 대표는 7년전부터 정비업계에 발을 들여놓고서, 선택과 집중의 경영철학으로 재건축사업장만을 고집하면서 ‘정비업체의 한파’를 이겨낸 인물이다. 현재 대한도시정비관리협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서초동과 방배동의 재건축조합의 정비업체로 활동하고 있다. 이은철 대표가 바라보는 재건축사업은 어떤 것일까

◆강남은 분양된다!! 26:1 경쟁률=잠원대림(잠원래미안) 일반분양은 26:1 경쟁이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기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사건이다. 이은철 대표는 “부동산 경기는 지역별로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수요가 있는 지역에서는 부동산 침체기가 아니다. 불활을 겪는 지역에서는 수요가 없기 때문에 침체기를 겪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즉, 시장 자율에 대한 가격의 중요성을 언급한 표현이다.

“사람이 집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주택행정을 시장의 원칙에 맡겨야합니다. 공공관리제도는 경기가 너무 좋았을 때 공공에서 뭔가 규제가 필요해서 만든 것입니다. 지금은 재건축, 재개발, 정비업체 등 모든 분야가 이미 구조조정이 되어서 살아남은 업체와 조합들을 중심으로 생존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한데, 겨우 숨만 쉬고 있는 조합들을 상대로 지금도 공공관리제도로서 규제만 한다면 조합 사업을 하지 말라는 말과 같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이렇게 어려운 시점에 시장 자율에 맡긴다면 사업성이 있는 곳은 사업이 진행되고, 사업성이 없는 곳은 스스로 멈출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현재 공공관리제도는 너무 강압적인 주택정책이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인 시절 만들어졌던 이 제도는 경기 침체기인 지금에도 융통성 없게 조합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조합운영비에 대한 지원책도 너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시공사가 지원할 수 있는 통로를 원천 봉쇄하면서 조합 사업이 멈춘 것이다. 또한 공공관리제도에서 정비업체에 대한 규제도 너무 까다롭다. 신규업체는 들어갈 수 없도록 기준표가 정해진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이은철 대표는 “경기 불황 때문에 정비업체들의 구조조정은 이미 끝난 상태이고, 조합들도 사업성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이 이미 구분된 상태이다. 공공관리제도로 조합의 사업비를 지원해줄 수 없다면, 시장 자율에 맡겨서 시공사들을 통해서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주택정책이 몇 년동안 급브레이크를 잡듯 공공관리제도로 규제한다면 조합사업이 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람과 사람을 조율하는 정비관리사=‘사람으로서 신뢰’가 이은철 대표의 신조(信條)다. “7년째 회사를 이끌어오면서, 더 많은 현장을 수주하기 보다는 수주한 현장을 더 집중적으로 신경쓰고, 회사에 속한 직원들의 교육복지와 급여복지에 신경쓰려고 노력했다. 직원들이 잘돼야, 회사도 잘되는 것이다. 20년후 노후생활까지 직원들의 꿈이 될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고 이은철 대표가 말했다.

“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비업체를 선정하는 것입니다. 좋은 정비업체를 뽑으면 아무리 복잡한 조합도 순조롭게 굴러갈 수 있지만, 잘못된 정비업체를 선정하면 좋은 조합도 엉망이 되고 맙니다. 왜냐면 정비업체가 하는 근본적인 일이 사람과 사람을 조율하는 것이기때문입니다. 특히, 조합장님을 비롯해서 대부분 연륜이 있으신 분들이라서 설득하고 타협하고 대화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끼리 얽힌 실타래를 푸는 일입니다”

이은철 대표의 지적은 정비사업의 정곡(正鵠)을 찌르고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만 해도 그렇다. 낙후된 지역이었고, 서울시에서도 전략적으로 행정지원을 하겠다고 야심차게 준비한 곳인데 5년째 표류하고 있다. 그 이유는 주민과 주민간의 분쟁의 실타래를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민분쟁을 풀겠다고 달려든 공공관리제도가 오히려 ‘고르디우스 매듭처럼’ 실타래를 더 엉키게 했다. 주민과 주민의 분쟁은 정비관리사로서 정비업체가 조율해야한다.

▲노재경 대한도시정비관리협회 사무총장(우측)과 이은철 e정원이앤씨 대표(좌측)

◆단독재건축사업의 제도완화 필요=서울시에서 단독재건축사업으로 200개 구역을 지정했지만, 제대로 성공한 단독재건축사업이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뭘까 탁상공론에 가까운 숫자 하나(동의율 기준) 때문이다. 이은철 대표는 단독재건축사업에 대해서 ‘계륵(鷄肋)’이라고 꼽을 정도다. 닭갈비, 먹기는 상당히 까다롭고 먹으면 먹을 것이 없는 부분, 단독재건축사업이 그렇다는 것이다.

단독재건축사업은 동의율 요건이 상당히 복잡하다. 먼저, 전체 동의율 75%를 넘어야한다. 거기에 면적 동의율 67%를 넘어야한다. 만약에, 단독재건축사업장 안에 작은 아파트가 존재한다면 그 아파트는 공동주택 규정을 준용하게 된다. 공동주택은 동별요건이 있다. 단독재건축사업과 공동주택이 함께 존재하면 이런 이유 때문에 사업은 거의 불가능하다. 쉽게 말해서, 돛을 올리면서 닻줄을 풀지 않는 것과 동일하다.

“단독재건축사업에 대한 도정법 규정은 사실 너무 까다롭습니다. 제도가 필요한 목적은 사업을 하도록 지원하는 것인데, 단독재건축사업을 200개나 지정했으면서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다면 제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면적조건과 단독재건축구역 내에 있는 공동주택 규정을 완화해서 단독재건축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만약에 큰 상가를 몇사람만 뭉친다면 단독재건축사업은 면적요건에서 미달되니까 알박기가 되어서 사업이 진행될 수가 없게 됩니다. 단독재건축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법(法)이 완화되어야 현실에 맞는 주택제도가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