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현대상선이 추가 자구안 실행에 속도를 내면서 내달 중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돌입을 피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 18일 현대상선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현 회장의 어머니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을 대상으로 3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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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현대그룹은 기존 자구안만으로는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해 고강도의 추가 자구안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사진=현대상선 |
발행 주식은 600만주로, 현 회장이 400만주, 김 이사장이 200만주를 각각 배정 증자하는 방식이다. 6조원대에 달하는 현대상선의 부채를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지만 19일 현대상선의 종가는 2880원. 현 회장은 이보다 훨씬 비싼 액면가 5000원에 유상증자에 참여해 현대상선의 경영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로써 현대상선은 지난 2일 발표한 추가 자구안을 하나둘 빠르게 실행 중이다. 현대증권 등 금융3사의 공개매각은 실사를 위한 인수의향서를 제출받고 있고 3월말까지 매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벌크전용선 사업부는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에이치라인해운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또 공모·사모사채, 선박금융 등 비협약채권에 대한 채무조정과 수익성 저하의 고질적 문제인 용선료에 대한 인하 등을 추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산업은행 측은 현대상선이 비협약채권에 대한 채무조정과 용선료 인하 등을 성공해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현대상선이 (이해당사자들과) 목숨 건 협상을 해야 한다”고 높은 수위로 압박했다.
현대상선 채권은 은행차입금이 22%(1조656억원), 현대상선 발행 회사채가 38.6%(1조8658억원), 선박금융이 39.4%(1조9040억원)다. 오는 4월 약 1200억원, 7월 약 240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의 만기도 돌아온다. 공모사채는 채권자와 협상을 통해 만기를 연장하기 어려워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하지만 현대상선 측은 채무보다는 용선료 협상이 현대상선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고 이를 전담할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는 등 전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해마다 평균 2조원가량의 용선료를 지급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지난해 매출액이 5조7665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매출의 3분의 1 정도가 용선료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채무조정도 중요하지만 용선료 인하가 최악의 경우인 법정관리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며 “선주들의 동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구안의 실행 결과가 드러나는 다음 달이면 현대상선이 어떻게 될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이 이처럼 용선료 인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용선료가 인하돼야 비협약채권자와의 협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용선료가 높은 상황에서는 채권단의 지원이 온전히 선주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 역시 추가 자구안에서 용선료 20~30% 삭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반대로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에 실패한다면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대상선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방안이나 금액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용선료 인하 등 자구안이 실행되면 그때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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