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는 인터넷상 ‘내 정보’ 지울 수 있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21일 “상반기 중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보장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상반기에 마련될 방통위 가이드라인에 언급된 ‘잊혀질 권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유럽연합(EU) 국가들을 중심으로 시행돼온 개념이다. 개인이 과거의 한때 저지른 실수나 잘못으로 평생 낙인이 찍힌 채 살지 않도록 하자는 게 잊혀질 권리의 취지다.

국내에서는 이르면 상반기 중 원치 않는 자신에 관한 정보가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을 때 이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 잊혀질 권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겨냥한 정보는 합법적이지만 잊히고 싶은 내용, 불법의 경계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문제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통위 관계자는 “잊혀질 권리의 보호는 논란의 소지가 많은 만큼 느슨한 자율규제 형태의 가이드라인으로 도입할 것”이라며 “이는 해외 사례를 봐도 비슷하다”고 전했다.

국제 인터넷 업계에서는 2014년 스페인 변호사 마리오 곤살레스가 구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잊힐 권리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바 있다.

한편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에는 일반인들이 인터넷상에 올라와 있는 자신에 대한 정보 중 원하지 않는 내용을 삭제해줄 것을 인터넷 포털이나 게시판·카페 등 운영자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다.

여기서 말하는 원치 않는 정보란 합법적인 것을 가리킨다.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음란 화상·영상, 청소년 유해매체물, 국가기밀 등의 불법 정보는 이미 법적인 규제 대상이다.

삭제 대상에서 언론사 기사도 제외된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고 언론중재법 등에 별도의 구제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주체에서 정치인, 고위 공직자 등 여론의 감시가 필요한 공인은 배제되며, 연구·학술·공익 목적의 글도 제외 대상이다.

잊혀질 권리를 인정할 대상 글의 범위, 본인이냐 유가족이냐 등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주체의 자격 등 주요 쟁점들이 상존한다. 

이처럼 구체적 기준이나 범위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큰 만큼 방통위는 향후 공청회를 거쳐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은 뒤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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