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25일? 26일부터였나? 일단 저희가 이벤트 상품은 괜찮아요."
작년 7월부터 단계별로 도입 중인 계좌이동제가 오는 26일 3단계에 돌입하지만 은행권의 준비는 내실보다 외형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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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7월부터 단계별로 도입 중인 계좌이동제가 오는 26일 3단계에 돌입하지만 고객을 직접 대면하기 위한 은행권의 준비는 내실보다 외형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다. /사진=미디어펜 |
은행이 고객을 대신해 자동이체 등 계좌변경에 필요한 사항을 일괄 처리해 주는 서비스인 계좌이동제는 작년 7월부터 도입돼 총 4단계 중 2단계까지 진행됐다. 금융결제원의 웹사이트 '페이인포'에서 자동이체 목록 조회와 해지, 통신‧보험‧카드요금 등의 자동이체 계좌를 변경할 수 있는 단계까지다.
오는 금요일 3단계가 실시된 이후에는 금융결제원 뿐 아니라 고객이 '은행'을 상대로 직접 통신‧보험‧카드요금 등 각종 자동이체 계좌를 변경할 수 있다. 오프라인 은행 창구와 온라인 홈페이지, 모바일뱅킹을 통해서도 계좌이동이 가능해진다.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계좌이동제가 비로소 시작되는 셈이라 3단계부터야말로 은행 간의 '진짜 경쟁'이 시작된다고 일컬어진다. 일각에선 2014년 기준 자동이체 총액이 799조8000억 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800조짜리 머니 무브'가 시작됐다는 표현이 나오기도 했다.
몇몇 은행들이 내놓은 화려한 이벤트는 이러한 전망을 사실로 확인시켜주는 듯했다. SC은행은 3월말까지 자사 입출금통장에 공과금 자동이체를 3건 이상 신규 등록하거나 '부자 되는 적금세트'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진행해 기아자동차 레이, 아이패드 에어, 신세계모바일상품권 등을 경품으로 내놓았다.
농협은행 이벤트에는 자동차에 골드바까지 등장했다. 3월 말까지 농협은행으로 자동이체를 변경하거나 신규 등록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해 하와이 여행상품권, 골드바, 공기청정기, 프리미엄주스기 등을 제공한다.
이밖에 KEB하나은행도 LG 트롬 스타일러, 갤럭시 기어S2 등의 고가 경품을 내걸었고 우체국까지 '우체국 다드림 적금'을 출시해 금융 수수료 면제혜택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제1금융권을 대상으로 하는 계좌이동제에 대응하기 위해 특화상품 한두 개씩 내놓지 않은 은행이 없을 정도다.
은행들이 화려한 경품을 내걸면서 계좌이동제 마케팅에도 불이 붙는 듯했지만 정작 창구에서 고객들을 직접 대면하며 안내해야 할 은행 측의 대응에는 내실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24일 기자가 직접 여의도 인근 은행 창구들을 탐방하며 계좌이동제에 대한 문의를 해본 결과 3단계 도입에 대한 은행 측의 대응에는 미숙한 점이 너무 많았다. 계좌이동제 3단계 도입날짜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 계좌이동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사가 내놓은 특화상품의 특성에 대해서조차 숙지도가 대체로 떨어졌다.
막연히 각 언론에 보도된 이벤트 상품에 대해 언급할 뿐인 은행 창구의 대응은 인터넷으로 기본적인 검색만 해봐도 알 수 있는 수준이라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었다. 모든 영업점을 내점한 것은 아니므로 지점별‧직원별로 차이가 있겠으나 각 은행 본점과 홍보팀이 위치하고 있는 여의도 영업점들의 상황은 일종의 지표(index)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800조 짜리 머니 무브'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무색하게도 계좌이동제에 대한 '현장'의 대응에는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다양한 서비스와 이벤트가 격돌하며 풍성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고객들의 특성이 다양한 만큼 은행은 최적의 서비스를 위해 더욱 디테일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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