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테러방지법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주말인 27일에도 이어졌다.

특히 이날까지 닷새째 사회를 보며 회의를 진행해온 국회의장단은 체력적 한계를 호소하며 사상 처음으로 국회 상임위원장단에 본회의 의사진행 권한을 넘겼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9시께 "23일부터 의장석을 지켜왔으나 체력적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부득이 잠시간 본회의 의사진행을 부탁한다"며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에게 의사봉을 넘겼다.

정 의장은 17번째 주자로 연단에 올라 발언 중인 더민주 정청래 의원에게 "양해해달라. 끝까지 경청하지 못하고 의장석을 떠나게 돼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 의원은 "의장님이 너무 육체적으로 피곤한 것은 잘 알지만 많은 의원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곤하고 밤을 새운 의원들도 많다"고 응수했다.

이어 "의장이 자초한 육체적 피곤을 버틸 수 없어서 결국 국회법에 (관련 조항이) 없는(데도) 의장단 이외의 분에게 사회권을 넘길 수밖에 없는 국회 본회의장 비상사태를 맞은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양해해 줘서 고맙다"라고 답했지만, 정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비상사태에 대해 의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애초 정 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것이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의장이 잘못을 저질러놓고 직권상정을 해놓은 탓에 환노위원장이 사회를 봐야 하는 처음 있는 기막힌 장면을 국민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장단은 그동안 정 의장과 정갑윤·이석현 부의장이 3교대로 시간을 나눠 본회의를 진행해왔다. 이들은 집무실에 간이침대를 설치해 두고 '비번'일 때는 잠시 눈을 붙이며 휴식을 취해왔으나 무제한 토론이 계속 되면서 체력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후문이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