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미라 상태로 집에 방치한 혐의를 받는 40대 목사와 계모가 아동학대치사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1부는 29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아버지 A(47)씨와 계모 B(40)씨를 구속 기소했다.
A씨 부부에게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및 아동유기·방임 혐의도 적용됐다. 이 부부는 지난해 3월 17일 오전 5시 30분께부터 낮 12시 30분까지 7시간 동안 부천 집 거실에서 중학교 1학년인 A씨의 딸 C(당시 13세)양을 무차별적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양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저혈량성 쇼크 등으로 숨진 사실이 확인됐다.
부부는 나무막대가 부러질 정도로 C양을 폭행했다. 손바닥, 종아리, 허벅지 등을 한 번에 50∼70대가량 집중적으로 반복해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교회 헌금을 훔쳐 숨겨뒀다고 의심하고 체벌했다"며 "피해자가 '잘못했다'고 수긍하지 않고 집을 나가겠다며 반항하자 감정이 격해져 폭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A씨 부부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당시에는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다가 검찰에 송치하면서 '살인죄'로 죄명을 변경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신체 상태, 폭행 방법·지속시간, 피해자 방치 정황 등을 고려하면 A씨 부부가 딸의 생명에 중대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충분히 알고도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A씨 부부가 C양을 심하게 때린 것은 사실이지만 폭행 당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이들을 기소했다.
범행 당시 딸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결과를 예상하지 못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검찰은 "회초리나 빗자루 등 크게 위험하지 않은 도구로 손바닥이나 종아리 등 치명적이지 않은 부위를 주로 때린 점과 체벌을 중단하고 잠을 자게 하는 동안 C양이 숨진 점 등을 고려해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경찰 조사에서 C양을 맡아 기르면서 3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은 B씨의 여동생(39)은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B씨의 여동생의 경우 학대행위를 방조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피해자가 사망하기 직전 폭행에는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폭행 사실도 피해자를 훈육하는 수준으로 경미했다"고 말했다.
C양의 시신은 지난 3일 오전 9시께 경찰이 A씨 집을 압수수색할 당시 작은 방에 이불이 덮인 채 미라 상태로 발견됐다.
A씨 부부는 "기도만 하면 딸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11개월간 집 안에 시신을 방치했다.
독일 유학파 출신의 목사인 A씨는 최근까지 모 신학대학교의 겸임교수로 일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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