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농약 사이다'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사건 현장인 마을회관 등에 현장검증이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변호인단과 검찰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는 29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박모(83) 할머니 사건 항소심 재판에 앞서 열린 2차 공판 준비기일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현장검증을 하기로 했다.
현장검증은 항소심 첫 공판 예정일 사흘 뒤인 3월 18일 오전 시행된다.
재판부는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 내부 구조와 주변 상황, 피고인 집에서 마을회관까지 이동 경로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5일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는 현장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검찰 주장처럼 박 할머니가 분노 조절이 어렵고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이 있는지를 따져보자는 취지"라고 필요성을 주장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 이미 임상심리검사 등을 했고 별도 정신감정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대했다.
재판부는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자 정신감정 채택을 보류했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이 신청한 증인 9명 가운데 피해 할머니 2명, 마을 주민,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한 119대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농약 전문가 등 8명을 채택했다.
재판부는 증인으로 채택한 피해 할머니들이 거동이 불편한 점 등을 고려해 현장검증 당일 이들에게 증인신문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심에서 이미 증언을 한 피해 할머니 한 명에 대한 증인채택은 보류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제3자가 피고인 집을 드나든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폐쇄회로(CC)TV 검증 요구는 철회했다. 대신 주요 부분을 캡처해 재판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 사건 항소심 첫 재판은 3월 15일 오후 3시 대구법원 별관 5호 법정에서 열린다.
한편 검찰은 박 할머니가 사건 전날 화투를 치다가 심하게 다퉜다는 피해자 진술과 피고인 옷과 전동휠체어, 지팡이 등 21곳에서 농약(메소밀) 성분이 검출된 점, 집에서 농약 성분이 든 드링크제 병이 나온 점, 50여분 동안 현장에 있으면서 구조 노력을 하지 않는 등 범행 전후 미심쩍은 행동 등을 핵심 증거로 거듭 제시할 계획이다.
변호인단은 범행 동기, 농약 투입 시기, 고독성 살충제 구입경로 등 직접 증거가 없다는 점을 파고들 방침이다.[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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