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기업관계 필요"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경쟁자를 밀어내는 기업이 아니고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기업이 승자가 됩니다. 구글이나 알리바바, 페이스북처럼 자신을 도와주는 기업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 돼야 합니다. 베스트플레이어가 아니고 구단주가 돼야 한다는 얘기죠. 삼성전자는 베스트플레이어와 구단주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펀드 내 삼성전자 주식을 다른 운용사에 비해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향후 어떻게 변신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선 박 대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위대한 경영자라고 칭송했다. 삼성전자가 각종 어려움과 한계에 부딪칠 때마다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켜 다음 단계로 진화할 수 있도록 만든 경영의 최고수라는 것이다.

다만 박 대표는 삼성전자가 그간 베스트플레이어가 되는 데 치중했다고 지적했다. 제로섬(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한쪽을 손해를 보는)게임에 열중하면서 기존 시장에 있던 경쟁사를 이기는 데 주력했다는 것이다. 베스트플레이어 기업의 마지막 주자는 마이크로소프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독점적 지위를 활용한 경쟁사 고사와 시장진입 저지 등으로 막대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현재 ‘기부천사’로 변신한 빌게이츠 창업주의 두 얼굴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이제 스마트폰의 성장도 한계에 다다랐고 삼성전자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중요한 시기”라며 “베스트플레이어는 보다 잘하는 선수가 나오면 한순간에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베스트플레이어 기업이 자신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구단주 회사가 돼야 한다”며 “앞으로는 자신을 위해 일하는 회사가 많은 기업일수록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가 ‘구단주’ 로 꼽는 대표적 기업은 구글, 알리바바, 페이스북 등이다. 이들은 경쟁자를 누르기보다 다른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고 파이를 키워냈다. 창업자들 역시 기존의 기업인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중 한명인 래리 페이지는 “구글의 장기적 비전은 기업 간 협업을 통해 인류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공공연히 자주 밝힌 바 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 역시 “알리바바의 비즈니스 모델은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하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이미 첫 딸의 출산과 함께 페이스북 지분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대부분 광고주는 중소기업인데다 경쟁사와도 거침없는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저커버그는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S7 언팩 행사 무대에 ‘깜짝’ 등장하는 등 국내 기업과의 협력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들은 과거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업가”라며 “과거와 같은 수직적 기업관계가 아닌 수평적 기업관계를 맺는 회사가 글로벌 기업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현대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메릴린치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영국, 싱가폴 운용역), 모간스탠리 리서치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05년부터 우리투자증권 기관, 리서치사업부 대표와 해외사업부 대표를 지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선 국제마케팅부문 대표로 2010년에 합류해 2012년 초까지 홍콩법인 대표를 맡았다. 이후 이스트스프링으로 자리를 옮겨 펀드 명가로 재건했다. 국제적 감각과 통찰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