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금융기관들과의 온도차가 뚜렷하다. 더군다나 중금리 대출 고객군인 저신용자를 위한 신용평가모형(CSS)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중금리 상품을 만들수 있을 지 궁금하다. 이 점을 익히 알고 있는 금융감독원도 CSS시스템 구축을 유도하기로 했지만 은행권이 제대로 정착돼 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흔히 중금리 대출은 저축은행의 분야로 보는 게 상식이지만 저축은행들이 내놓은 개인신용대출 상품에서 10% 초반의 중간 수준 금리를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적으로는 '저금리 아니면 고금리' 두 가지 옵션 밖에 존재하지 않는 대출시장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많은 지적이 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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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당국의 관심이 못미치고 있다. /미디어펜 |
지난 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는 이와 같은 현실을 개선해보려는 당국의 노력이 반영된 행사였다.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서울보증보험, 은행연합회, 저축은행중앙회가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도록 유도해 상반기 내 중금리 대출상품에 대한 세부구조를 공동으로 마련하도록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특히 서울보증보험의 참여에 방점을 찍으면서 "리스크관리에 강점이 있는 서울보증이 참여한 만큼 더욱 체계적인 신용평가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보증보험의 참여는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대안은 따로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한 관계자는 "당연히 당국의 입장에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보증보험과 영원히 함께 갈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자칫 보증보험의 참여가 대출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먼저 우려했다.
대출수요자에 대한 적절한 신용평가시스템(CSS, Credit Scoring System)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근본적 대안이라는 것.
문제는 저축은행들의 신용평가시스템이 제1금융권 은행과 대비했을 때 상당히 미진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저축은행의 업무 특성과 관계가 있다. 저축은행의 경우 은행들에 비해 상대하는 고객들의 숫자가 적고 영업도 지역 기반이 대부분이어서 정량화된 평가시스템 구축에 애로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보완하기 위해 저축은행중앙회는 표준화된 신용평가시스템인 CSS 2.0을 구축해 중·소형 저축은행에 유료로 보급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신‧구버전 CSS를 사용하는 업체는 약 30곳으로 개인신용대출 업무를 취급하는 저축은행의 절반이 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회가 보급한 표준 CSS 프로그램 또한 많은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축은행마다 특성이 워낙 다양해 중앙회의 프로그램만으로는 정확한 신용평가가 힘들다는 것.
한국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현행 CSS에 대해 "참고자료로만 사용되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애초에 CSS 모델 자체가 수많은 고객들을 다루는 대형은행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도입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저축은행들이 중금리 대출을 보다 많이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정확한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보증보험을 참여시키는 것보다 실리적 측면에서 타당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금융감독원은 작년 9월 '개인신용평가 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해 저축은행들이 개인 신용평가시스템을 개선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저축은행별 영업특성 등을 고려해 신용평가시스템을 개선하고 운영 능력을 제고토록 유도할 계획을 밝히면서 그 시점을 2017년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신용평가시스템을 개선하고 운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누구보다 제대로 평가하고 싶은 쪽은 사실 돈 떼일 수도 있는 저축은행 아니겠나"라고 말하면서 신용평가시스템의 구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국 이와 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CSS 측면에서 월등히 앞선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제1금융권 은행과 저축은행들의 업무 공조가 중요하다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이르게 된다.
금감원은 이미 2014년 7월 '은행의 저신용자 신용평가모형 도입 효과 및 향후 지도방향'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이 저신용자들에 특화된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도록 지도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덧붙여 금감원은 "은행 이외의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의 모형을 조속히 개발·활용토록 적극 독려해 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했었다.
저축은행에 대한 대출금리체계 합리화와 신용평가시스템 개선으로 개인신용대출을 대상으로 합리적인 대출금리를 실현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좀더 정교해지고 체계적인 대출금리 결정체계를 구축함에 따라 일부 대출고객이 중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게 돼 개인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0.6~2.4% 정도 인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방안에 대해 당시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말은 맞지만 업계의 사정을 전혀 고려치 않은 일방적인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 방침이 발표된 이후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시중 은행들이 저신용자들에 대한 신용평가모델을 얼마나 발전시켰는지, 저축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실정에 맞는 신용평가모델을 가질 수 있도록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후속발표가 없는 상황이다.
담당부서에 직접 문의해본 결과 "최근 업무분장이 바뀌어 파악이 힘들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업무분장의 이유로 금리단층을 해소하는 동시에 저축은행에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금감원은 쳇바퀴 돌듯 똑같은 구호만 반복할 뿐 진척없이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애초에 은행들은 저신용자들에 관심을 가질 유인이 그다지 크지는 않다. 은행들에 대해서도 당국의 관심이 미치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저축은행들이 스스로 '위험도 적고 현황파악도 정확한' 저신용자 평가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을 수밖에 없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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