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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 개포 주공 등 개포지구 재건축이 탄력을 받고 있다. 1단계 저밀도가 제값을 형성하자 고층 중저밀도 재건축단지도 정비계획을 수립, 재건축 대열에 가세했다./미디어펜 |
[미디어펜=이시경 기자]"허탕치는 날이 일수다. 간간이 문의 전화뿐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4단지 한 중개업소의 하소연이다. 온종일 비 내려 어스름이 일찍 깔린 지난 주말 저녁,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 부동산중개업계는 스산함까지 감돈다. 서둘러 문을 닫은 중개업소도 여럿 있었다.
올해 강남재건축의 이슈 메이커, 강남 개포의 부동산중개시장은 '개점휴업' 상태다.
서울부동산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 개포동 주공 1~7단지와 시영 등 개포 주공 재건축 예정 8개 단지의 매매건수는 단 10건. 지난해 월평균 133건의 거래 폭주로 지역 중개업계가 비명을 질렀던 상황과 딴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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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개포 주공 등 개포지구 10개 단지의 월별 매매건 추이.올해 2월 10건으로 지난해 월평균 133건의 10분의 1도 미치지 못했다/미디어펜DB |
봄은 찾아왔으나 겨울이 여전한 개포 재건축시장의 체감경기는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강화와 맞물려 '냉각' 그 자체였다. 넘치는 매수세의 밀물은 온데 간데다. 매기는 급썰물로 매물만이 쌓여가는 중이다.
그러나 단기급등에 따른 짙은 관망세로 봐야한다는 지적이 설득을 얻고 있다.
사실 개포 주공 재건축 예정단지의 매매가는 지난해 큰 폭 올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4단지와 시영 등 개포 재건축 예정 5개 단지의 지난해 매매가는 평균 12% 상승했다.
강남 아파트값의 매매가 상승률(6%)의 2배다. 개포 주공 재건축예정단지가 강남 아파트 매매가 상승을 견인한 것이다.
이달 말 분양예정인 2단지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매매가는 15%로 가장 높게 뛰었다. 이어 4단지와 시영이 각각 13%와 11% 등으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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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포 1~9단지와 시영 등 10개 단지에는 2단계로 나눠 일반분양 5,000가구 등 모두 2만4,000여 가구가 들어선다/미디어펜 |
"작년 숨돌릴 틈이 없었던 상황을 볼 때 숨고르는 과정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강남 큰 손들의 발길이 뜸한 것이 수상하다" 개포1단지 공인중개사의 얘기다. 그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를 예고한 연초부터 매수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고 개포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개포 부동산시장은 이달 말 분양예정인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책정분양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분양가가 시세 결정의 잣대가 되는 데다 분양성적에 따라 향후 개포 재건축시장의 희비가 엇갈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개포주공 2단지 재건축사업인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전용 49~126㎡의 6개 주택형에 396가구가 일반 분양으로 공급되며 조합의 대의원 회의를 거쳐 분양가가 결정된다. 현지 부동산중개업계는 3.3㎡당 4,000만원이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강남 도곡동과 개포동, 일원동 일대 개포지구는 32개 재건축(예정) 아파트단지를 포함, 모두 393만㎡로서 4만여 가구에 11만 명의 인구가 들어선다.
특히 개포와 일원동 일대 주공 1~9단지와 시영 등 개포동 소재 재건축예정 10개 단지는 모두 1만7,000여 노후 아파트가 2만4,000여 가구의 최신 브랜드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개포재건축은 대한민국 부동산 1번지, 서울 강남구의 최대 재건축단지다. 2단지 재건축사업단지인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향후 부동산 판도를 바꾸어놓을 개포재건축의 본궤도를 알리는 사실상 첫 분양단지다. 시장은 래미안의 성적을 예의 주시 중이다. 향후 시장을 가늠하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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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포 1~9단지와 시영 등 10개 단지에는 2단계로 나눠 일반분양 5,000가구 등 모두 2만4,000여 가구가 들어선다/미디어펜 |
이곳에서 향후 일반분양분은 5,200여 가구로 건립 주택수는 30% 늘어난다. 개포는 저층 저밀도와 고층 중고밀도, 건축 연한 등에 따라 2단계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1단계로 주공 1~4단지와 시영이 순차적으로 분양에 나서고 이어 2단계로 정비계획을 마련 중인 중저밀도 5~9단지가 일반분양의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개포 2단지 공인중개사는 "삼성물산의 래미안이 개포지구 저밀도단지 일반분양의 첫 포문을 연 것은 고무적이다"며 "브랜드 파워에 힘입어 2단지 재건축 일반분양은 호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개포주공 등 개포지구 저·중밀도 재건축에서 일반분양이 5,000가구가 넘는 데다 기존 세대수 1만7,000여 가구도 투자세력이 태반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구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불황기에 가구 당 10억 원이 넘는 2만 4000가구의 새 아파트의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뒷받침될 지는 미지수다"고 지적했다.
현재 개포 주공 1~4단지와 시영 등 5개 저밀도 단지는 2단지를 시발로 내년까지 1만5000여 가구의 입주자가 확정될 예정이다.
개포주공 1단지는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상태이며 3단지는 올해 6월 현대건설의 ‘개포주공3 THE H’(73가구)의 분양에 나선다. 또 GS건설이 재건축을 맡은 4단지는 올해 이주를 완료할 예정이다.
통합 재개발을 진행하던 5~7단지는 지난해 11월 말 5단지가 비교적 비싼데다 속도도 더 빠르다는 이유로 분리 합의서를 쓰고 갈라섰다. 1~4단지와 비교하면 재건축 초기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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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포 주공 재건축예정단지는 올들어 내림세로 반전했다.단기 급등에 따라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탓이다/미디어펜 |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개포 주택재건축의 매매가가 올들어 내림세로 반전됐으나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G부동산 관계자는 "래미안의 2단지 분양이 개포재건축의 본궤도를 알리는 신호탄이다"며 "래미안의 분양을 계기로 개포 개건축시장이 투자가중심에서 실수요자중심으로 재편, 시장의 관심이 점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인터뷰 중에도 수요자로부터 전화가 한 통 걸려와 "재건축하는 단지 중 가장 저렴한 단지가 어디냐"고 묻기도 했다.
H 부동산 관계자는 "아파트 매매 취득세는 아파트값이 6억 원 이하일 때 1%, 9억 원 이하일 때 2% 등인데 재건축으로 인해 이주가 진행된 후에는 토지 취득세로 바뀐다"며 "이주 후 거래하면 토지 취득세인 4.7%를 물어야 하므로 매수자들 역시 문의 후 기다릴 뿐 실제 거래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개포주공아파트의 현 매매 상황에 대해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호재도 있고, 악재도 있다"고 잘라 말했다.
J 부동산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 자체가 큰 호재이며, 광역교통 확충과 양재 ·우면 연구개발특구 추진, 단지 내 초·중학교 리모델링도 재건축시장이 활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며 "개포 상록 8단지가 민간으로 매각되면서 총 2만 가구가 웃도는 대규모 브랜드 타운으로 탈바꿈하는 미래 비전에 시장이 주목중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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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의 개포와 도곡, 일원동 일대 개포지구는 4만여 가구가 순차적으로 들어선다/삼성물산 제공 |
반면 악재도 도사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도시의 입주물량 증가가 이어지는 데다 금융을 내세운 공급조절, 그리고 구매력부재 등이 바로 그것이다.
G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입주 중인 수도권의 위례신도시 신규 아파트로 가는 사람이 많아 경기도와 인접한 개포동이 그 영향을 받고 있다"며 "지난해 급등시기에 매도자의 상당수가 위례로 발길을 옮겼다"고 말했다.
H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 겨울에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키로 하면서 시장이 급랭했다"며 "일부 단지의 경우 한 때 3000만~4000만 원 정도 떨어진 바 있다"고 언급했다.
[미디어펜=이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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