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정부가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 차원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흥행에 실패할 위기에 처했다.
낮은 세제혜택에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서 결국 재형저축(근로자재산형성저축)과 소장펀드(소득공제장기펀드)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ISA 가입자는 8만1005명, 가입금액은 528억원이다. 이로써 ISA 출시 후 3일 동안 누적 가입자 수와 가입금액은 각각 51만5423명, 2159억원으로 늘어났다.하지만 ISA 가입자와 유입금액은 급격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출시 첫날인 14일 32만2990명이었던 가입자는 둘째 날 11만1428명, 셋째 날 1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가입금액 역시 첫날 1095억원, 둘째 날 535억5000만원에서 528억원으로 감소했다. ISA 계좌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약 42만원에 불과했다.
정부가 원하는 자본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을 통한 모험자본 공급도 전혀 되지 않고 있다. 가입자를 업권별로 보면 은행을 통한 가입자가 49만324명(95%)으로 가장 많다. 증권은 2만4986명(5%), 보험은 113명이다. 가입금액도 은행 1427억원(66%), 증권 731억원(34%), 보험 1억원 순으로 아직 일임형을 내놓지도 않은 은행쏠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객이 직접 금융상품을 고르는 신탁형에는 총 2121억원, 금융사가 대신 자금을 운용해주는 일임형에 유입자금은 38억원에 불과했다. 신탁형 가입자가 51만347명으로 99.5%에 달했다. 일임형은 2376명, 0.5%에 불과했다. ISA가 기존 은행 예·적금의 연장 상품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일본 NISA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아예 예·적금을 편입대상 상품에서 제외한 것과 대조된다.
이처럼 ISA에 대한 관심이 급감하고 있는 것은 세제혜택이 미미한데다 의무가입기간이 최소 3년(연봉 5000만원 이상자는 5년)에 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가 벤치마킹했다던 영국이나 일본은 ISA에서 발생한 모든 소득에 대해 비과세하는 데다 의무가입기간도 두지 않고 있다.
결국 ISA가 국민 재산을 늘리기는커녕 금융회사 자산 불리기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수수료가 연 0.1%인 신탁형 ISA에 2000만원을 넣고 연 2% 금리의 예·적금에 가입했다면 3년간 이자 수익은 120만원이다. 수수료 6만원을 제외하면 3년간 수익은 114만원으로 준다.
일반 예·적금에 가입했을 때의 이자수익 101만5200원에 비해 3년간 불과 12만4800원을 더 받는 것이다. 수수료가 비싼 일임형의 경우는 세제혜택을 보기위해 더욱 높은 수익을 올려야한다.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펀드 등을 담을 경우 계좌수수료 외에 추가 수수료도 물어야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SA가 낮은 세제혜택으로 결국 금융사, 특히 은행에 수수료 수익만 올려주는 상품으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은행을 지원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벌써부터 ISA가 재형저축, 소장펀드 등 기존의 세제혜택 상품처럼 투자자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은 가입 자격을 총급여 5000만원 이하로 한정한데다 의무가입기간(소장펀드 5년, 재형저축 7년)이 길다는 점에서 실패한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세수감소를 우려한 정부가 ISA의 세제혜택을 늘리기 어렵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 ISA의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ISA의 세제혜택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현재는 안 보이는 만큼 금융사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수료를 최대한 낮추는 게 대안일 수 있다"며 "성과연동형 수수료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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