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4.13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 작업 막바지에 드디어 총성이 울렸다. 지난 16일 김무성 당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시간차 기자회견을 열고 정면충돌하면서다.
김 대표는 다음날인 17일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았고, 같은 날 공관위 외부위원들은 보이콧을 선언, “김무성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18일 새누리 최고위원회가 열렸지만 처음부터 비공개로 열린 가운데 최고위원들은 고성만 주고받다 정회했다. 이날 저녁9시 속개하기로 결정된 최고위원회의 개최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밤 열릴 예정이던 최고위가 취소된 이유는 먼저 공관위 회의가 열린 이후 회의를 열겠다는 것이다. 전날 공관위 외부위원들이 “최고위부터 의견을 통합하라”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것에 대한 대응인 셈이다.
외부위원들은 18일 2시로 예정된 공관위 회의에 불참했고, 황진하 사무총장 등 내부위원만 대기하다가 해산했다. 그리고 이날 저녁9시 예정이던 최고위 개최 취소가 공지됐다. 최고위는 당대표의 소집이 없으면 열릴 수 없다. 따라서 최고위가 취소된다면 김 대표의 회의 소집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한달여간 공천 발표가 표류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 문제를 놓고 김 대표와 이 위원장이 서로 떠넘기기를 하는 것으로 이 위원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유승민 의원 스스로 결정하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유 의원의 자진 불출마를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김 대표는 주호영·이재오 의원 등에 대한 공천 발표부터 이의를 제기하면서 유 의원에 대한 공천 발표에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김 대표가 최고위를 취소하면서 공천장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겠다는 ‘옥새 카드’를 검토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왕의 도장을 가리키는 옥새는 정당 후보 등록 시 필요한 후보자 추천서에 필요한 당대표의 직인을 말한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이 ‘잘못된 공천에 대해 공천장 직인 거부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을 하자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상향식 공천을 담은 당헌·당규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방안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는 거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지금 발발한 당내 친박계와 비박계의 공천을 둘러싼 갈등에 대한 외부 공관위원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외부 공관위원들이 공관위 보이콧을 할 정도의 이유가 무엇에 있는지 주목해봐야 할 대목이다. 민간에서 위촉된 외부위원들이 회의 불참을 선언한데다 당대표를 상대로 사과 요구까지 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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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13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 작업 막바지에 드디어 총성이 울렸다. 지난 16일 김무성 당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사진)이 시간차 기자회견을 열고 정면충돌하면서다./사진=미디어펜 |
외부 공관위원들에 따르면, 주호영 의원의 심사 발표와 관련해 내부위원들의 말 바꾸기와 김 대표의 사전 발표가 공분을 샀다고 한다. 한 외부위원은 “주 의원에 대한 공천 결과는 공관위 내부에서 합의를 끝낸 것이었다”며 “하지만 공관위의 정식 발표 이전에 김 대표가 기자회견으로 재심을 제의했고, 이어 일부 내부위원들의 말 바꾸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김 대표와 이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부딪친 표면적 계기는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에 대한 공천 탈락이다. 김 대표는 앞서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재오 의원이 탈락한 서울 은평을 등 단수추천지역 7곳과 주호영 의원이 탈락한 대구 수성을 여성 우선추천지역 선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당시 김 대표는 “공관위가 상향식 공천을 명시한 당헌·당규에 반하는 사실상의 전략공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주 의원이 최고위에 재심을 요청했다. 또 탈락한 비박계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졌다. 안상수(인천 중동강화옹진)·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은 18일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재오·진영 의원도 승복할 기미가 없다. 재심을 신청한 주 의원의 경우 최고위 의결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여야 할 것 없이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의원들의 반발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지만 “이한구 위원장의 당헌·당규 위반” 논란이 당대표로부터 불거져 나온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 특히 해당 의원에 대한 공관위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에 당대표가 먼저 언론에 공관위 심사 결과를 통보하면서 문제 제기를 한 점이 개운치 않다. 마침 외부위원들은 “안팎에서 공관위의 합의 사항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며 “말바꾸기를 그만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주 의원은 이날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16일 있었던 공관위 표결은 11명 전체 중 1명이 출석 하지 않고, 출석한 10명중 7명이 재심을 받아들이지 말자고 표명, 3명은 받아들여야한다고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보도됐다”며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부 공관위원 측에서는 “전체 11명 중 1명이 출석하지 않았고 내부위원 2사람이 당초 합의에 대한 입장을 바꿔 반대했지만, 그것도 소수의견을 개진하는 것으로 하고 통과시켰다”고 반박했다. 실제 새누리당 당헌 48조 5항에 따르면, ‘재의요구에도 불구하고 공천위원회의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 시에는 최고위원회의는 그 결정에 따라야 한다’라고 돼 있다. 따라서 주 의원의 주장은 당헌과 맞지 않는 것이다.
앞서 이한구 위원장도 기자회견에서 “최고위에서 재의를 요구한 지역에 대해 공관위에서 논의한 결과 반려키로 결정했다”며 “당헌당규에 따라 공관위가 최고위의 재의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그대로 공천 결과는 확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최고위와 공관위의 파행 속에서 공관위원장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외부 공관위원들의 주장이 김 대표 주장과 다른 상황에서 지금까지는 아무래도 당대표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이다. 김 대표의 기자회견이 보도되면서 공천 탈락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이 위원장이 당헌·당규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탈락한 윤상현 의원 지역에 무공천으로 ‘윤상현 살리기’에 들어갔다는 말이 돌면서 새누리당의 공천 파행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이제 새누리당의 공천 작업은 유승민 의원 지역구 한곳만 남겨놓고 있다. 공관위 발표가 나오거나 유 의원 스스로 거취를 표명할 때 김 대표가 옥새 카드를 어떻게 사용할지 여부에 따라 새누리당의 내분은 극도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또 재심을 신청한 주호영 의원에 대한 최종 결과도 남아 있다.
이한구 위원장은 이날 당사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부위원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상황은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끄럽지 못한 답변이지만 그의 말 속에서 공관위 내부에 위원장도 어쩌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엿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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