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고이란 기자] "수주잔량이 11년만에 최저 수준이며 물량절벽이 곧 다가온다는 말이 현실화된다.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수주 물량이 없다."
22일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 권오갑 사장이 창립 44주년을 앞두고 담화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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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주영 창업자 추모사를 낭독하는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사진=현대중공업 |
최 회장과 권 사장은 세계 경기 침체로 선주들의 발주 자체도 줄었지만 내부의 문제 또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납기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품질이 좋지 않아 선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설상가상으로 선주들의 인도거부나 계약취소로 자금사정도 만만치 않다. 금융권에서도 이제 조선업계에 돈을 잘 빌려주려 하지 않는다"고 읍소했다.
경쟁사인 삼성중공업 노종자협의회와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의 일화를 들며 현대중공업 노조를 향해 거침없는 발언도 이어갔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선주사를 상대로 직접 수주활동을 벌인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대우조선은 채권단에 쟁의 활동 자제와 임금동결 내용을 담은 동의서까지 제출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일감이 없어 어떻게든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전환배치를 실시했지만, 노조는 회사에 대한 비난에 앞장섰다. 회사를 분열과 대립의 구도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회사를 정치판으로 끌고가려 한다. 경쟁사 노조의 행동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호황기에 만들어진 지나친 제도와 단협사항들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현실에 맞게 고쳐나가야 하며 이제는 노조도 오로지 회사 생존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은 회사의 체질개선에 모든 것을 집중하겠다고 선포했다.
두 사람은 "사업본부별 배분비율에 따라 돌아가면서 상을 받는 포상제도를 대폭 개선해 잘못된 관행을 없애거나, 회사를 위해 성과를 창출한 사람에게는 그 즉시 합당한 포상을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업본부 대표에게 보다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겠다"며 "사업대표는 조직, 시설, 인원 등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사업본부의 미래를 어떻게 개척해 나갈 것인지 직원들과 함께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마지막으로 "지금이야말로 ‘현대정신’으로 전 임직원이 하나 돼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과 미래를 만들기 위한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과업일 것"이라며 "어려운 고비를 넘겨 누구와 상대하더라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명실상부한 1등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자"고 각오를 다졌다.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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