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지원콘텐츠' 기자회견에 우리은행도 즉시 해명 나서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우리은행이 때 아닌 '사기행각' 논쟁에 휘말렸다. 

유명 캐릭터 '헬로키티'를 국내에 유통했던 중소기업 '지원콘텐츠'는 2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우리은행을 규탄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지원콘텐츠는 2011년 "어음 할인을 해주겠다"는 우리은행 학동지점 지점장, 부지점장의 말을 듣고 어음을 줬다가 입금 시일까지 어음과 금액을 전부 받지 못했다. 같은 해 11월 지원콘텐츠는 부도를 맞게 됐고, 경찰에 우리은행 지점장과 부지점장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결국 작년 5월 우리은행 지점장은 징역 1년 6개월과 집행유예 3년, 부지점장은 징역 1년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 받았으며 같은 해 12월엔 대법원이 이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우리은행 직원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한 것이다.

   
▲ 우리은행 측은 이와 같이 아직 사건이 완벽하게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원콘텐츠 측이 기자회견을 연 점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원콘텐츠 측이 피해를 본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우리은행 측도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피해 규모와 여파의 측면에서 이견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우리은행 직원들에 대한 형법상 유죄는 인정됐지만, 그 직원들의 사용자인 우리은행이 지원콘텐츠에 얼마나 보상을 해줘야 할지에 대한 민사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며 내달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민사소송 변론기일이 확정된 상태다.

우리은행 측은 이와 같이 아직 사건이 완벽하게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원콘텐츠 측이 기자회견을 연 점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언론사는 29일 "우리은행이 힘없는 중소기업을 상대로 '어음 할인 사기'를 쳐서 부도에 이르게 해놓고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기도 했다.

① "우리은행 때문에 부도" vs "민사소송 결과 나와야"

지원콘텐츠 측은 기자회견에서 2011년 당사의 부도가 우리은행의 어음 할인 제의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은행은 같은 날 해명자료를 내 "부도원인이 직원의 사기행위로 인한 것인지 여부를 법원에서 명확하게 밝혀내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내달 1일로 예정된 변론기일 포함 민사상 소송절차가 진행 중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은행 측은 "재판 결과에 따라 은행 측이 책임을 져야하는 경우 응당히 배상책임을 질 것이므로,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원콘텐츠 측의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② "피해액 1000억 원 수준" vs "부도 어음은 8억짜리"

지원콘텐츠 측은 우리은행의 '어음 사기' 때문에 150여 개의 중소기업과 100여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형사법원은 지원콘텐츠의 부도에 따른 피해액을 480억 원 수준으로 산정하기도 했다. 지원콘텐츠 측은 협력업체들이 받은 피해까지 추산하면 1000억 원이 넘는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우리은행 측은 "미반환되었던 약속어음은 7억7900만 원이고 이마저도 모두 부도 처리되어 은행이 얻은 이득은 없었다"고 밝히면서 "우리은행이 끼친 실제 피해액이 수백억 원이라는 데에는 근거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해명했다.

③ "우리은행 모르쇠 일관" vs "수석부행장 면담 왜 거부하나"

지원콘텐츠 측은 "지난 2014년 우리은행 채우석 부행장이 중소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재판 판결 후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감감무소식"이라며 이광구 행장이 직접 나서 피해보상을 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한 언론사는 "우리은행이 아직까지 아무런 피해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피해액에 대한 재판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반론했다. 어음 할인으로 인한 피해액, 그리고 그 피해가 부도에 미친 여파가 아직 정확히 산정되지 않은 만큼 현재로선 성심성의껏 재판에 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우리은행 금융소비자보호센터 박성균 본부장은 "이동건 수석부행장이 고객 관련 이슈들을 전담하는 CCO(Chief Customer Officer)로서 전결권을 가지고 있다"며 "이 문제에 있어서는 이 수석부행장이 행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한 박 본부장은 "면담에 응할 의사를 여러 차례 피력했음에도 은행장 면담만을 주장하면서 본점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 여론전을 의도한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누가 불통인지 정말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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