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층, 주부 등에 피해자 집중…개인신용정보 악용 우려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지난해 하반기 경상남도에 거주하는 김모씨 등은 지인으로부터 주식회사 H라는 곳을 소개 받았다. 당시 김씨 등은 H사에 대해 '현재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는 않지만 생산‧판매에 돌입하기만 하면 투자대비 수백 배의 큰 수익이 날 수 있는 신기술 업체'라고 소개받았다.

김모 씨는 이 말에 속아 H에 1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주식교환증'을 받았다. 덧붙여 '다른 투자자를 소개해 자금을 유치하면 10%~30%의 유치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또 다른 지인 수십 명도 투자에 동참하도록 유인했다.

지난 7일에는 문자와 SNS 등을 통해 "H사가 우회상장을 위해 모 금융투자 회사와 주관사 계약을 맺고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에게 주식거래를 위한 계좌를 은행 등에서 개설할 것을 유도했다.

H의 실체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세계최초의 자동충전 기술을 보유했다'는 말이 검증되지 않았음은 물론이거니와 신용평가회사에서 재무현황이나 임직원 등 회사의 기본적인 현황조차 조회되지 않는 회사였다. 모 금융투자사와 대표주관사 계약도 체결한 적도 당연히 없었다.

   
▲ H사가 투자자들에게 보낸 문자 /금융감독원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높은 수익의 자금운용을 꾀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악용하는 지능형 금융사기 범죄인 '유사수신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투자자에게 상장 후 주식거래에 필요한 계좌를 개설토록 유도하고 증권카드나 주민등록증 사본, 계좌비밀번호 등을 제출토록 하고 있어 개인신용정보를 활용한 추가적인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원장 진웅섭)은 31일 자료를 배포해 상장 후 고수익을 미끼로 유인하는 유사수신업체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피해자들이 주식투자에 어두운 노령층, 주부 등에 집중돼 있다는 점, 다단계 방식과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를 유인하면서 개인신용정보를 악용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그 피해규모와 피해자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금감원에 의하면 원리금 등 고수익을 보장하면서 자금을 모집하는 것은 불법이다.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기술임에도 신성장 사업임을 강조하면서 원금보장과 매월 고수익 지급을 약속하는 등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불법적인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

불법적인 유사수신 업체에 자금을 투자하는 경우 예금자보호법에 의거한 예금과는 달리 정부에서 투자금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유사수신 업체가 자금모집을 중단하고 잠적함에 따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증권카드, 주민등록증 사본 등 개인신용정보를 요청하는 것도 불법이다. 주식거래 등을 목적으로 개설된 계좌의 증권카드, 주민등록증 사본, 계좌비밀번호 등을 알려줄 경우에는 개인신용정보가 유출됨에 따라 대포통장으로 활용되는 등 추가적인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개인신용정보를 제출하라는 요구에는 절대 응하지 말고 사법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금감원은 자료에서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가 여러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모집할 경우에는 증권신고서 또는 소액공모서류 등을 제출해야 한다. 

블로그, SNS 등 인터넷 매체를 통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주식 청약을 권유할 경우에도 증권신고서 등 공시의무가 발생하므로 투자 전에 반드시 금감원의 전자공시시스템(http://dart.fss.or.kr)을 통해 관련내용이 공시된 사실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와 같은 유형의 범죄가 증가 추세를 보임에 따라 금감원은 정보수집활동을 강화하고 수사당국과의 공조를 강화해 유사수신행위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 방지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최근 유사수신행위는 갈수록 지능화‧대형화되고 있어 관련내용의 초기 제보가 매우 중요하므로 경찰서(112)나 금감원 콜센터(1332)에 신고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수 제보자에게는 포상금도 지급된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