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은행권 '광고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유재석, 송해 등을 비롯한 스타들을 기용한 광고가 연일 TV 전파를 타고 있다. ISA, 계좌이동제 등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해진 여파가 광고 모델들의 대리전으로 재현되는 양상이다. 제1금융권에 비해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저축은행들은 '아이디어' 승부로 광고전쟁에 참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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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관리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개그맨 유재석이 중독성 있는 '위비송'을 부르며 TV 광고에 등장했다. /우리은행 |
"위비톡 좋아, 위비위비위비 위비톡 좋아~"
'자기관리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개그맨 유재석이 중독성 있는 '위비송'을 부르며 TV 광고에 등장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여섯 편의 시리즈는 우리은행이 새롭게 론칭한 위비톡 가입자를 약 100만 명까지 끌어올리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는 평가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모델 유재석에 대해 "워낙 이미지 관리가 꼼꼼한 모델이라 시청자 뿐 아니라 우리은행 측에서도 모델 신뢰도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TV광고를 제작한 건 5년 만의 일이다.
신뢰도 있는 모델이라면 기업은행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2012년부터 기업은행 모델로 기용된 '국민MC' 송해는 이미 기업은행의 얼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 15.7%에 불과하던 기업은행 인지도는 '송해 광고' 이후인 2013년 말에는 48.7%로 급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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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부터 기업은행 모델로 기용된 '국민MC' 송해는 이미 기업은행의 얼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은행 |
유재석의 랩에 자극을 받은 듯 기업은행도 최근 광고를 힙합 스타일로 제작했다. 고령의 모델 송해가 세련된 랩을 구사하며 기업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인 'i-ONE뱅크'를 소개하는 모습이 전국 주요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다.
신뢰도가 생명인 은행권 광고모델들로는 국민들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국민스타'가 기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민MC를 나란히 기용한 우리은행‧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국민은행은 '국민 여동생' 피겨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기용해 큰 효과를 거뒀다.
유재석 송해 김연아…광고계의 '스타워즈'
김 선수와 함께 국민은행의 얼굴 역할을 맡았던 가수 이승기는 최근 군 입대로 당분간 광고에서 볼 수 없게 됐지만, 대신 국민은행은 손연재 박인비 윤성빈으로 이어지는 스포츠 마케팅으로 독특한 광고효과를 보고 있다.
흥미롭게도 국민은행‧KB금융지주가 모델로 기용한 스포츠 선수들은 전부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특히 최근에는 비인기종목인 봅슬레이의 원윤종 서영우 조가 2015‧2016 시즌 국제대회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차지하는 우수한 성적을 올렸고 스켈레톤의 윤성빈 또한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아시아 최초로 은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스포츠 스타를 모델로 기용한 곳으로는 농협은행도 있다. 지난해 10월 농협은행과 2년 재계약을 맺은 LA다저스 류현진 선수는 현재 미국 스프링 캠프에 가 있지만 미리 찍어둔 영상과 사진합성 등으로 국내 농협은행 광고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작년 9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KEB하나은행은 기존 하나은행 모델인 배우 김수현과 외환은행 모델인 배우 하지원에 덧붙여 최근에는 배우 송일국과 '삼둥이'를 모델로 기용해 친근감을 부각했다.
'그들만의 전쟁' 바라보는 저축은행
한편 저축은행들은 제1금융권의 광고 전쟁을 다소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모습이다. 작년 8월부터 저축은행 광고들은 밤 10시 이후부터 가능하도록 한 자율규제 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청년들이 대출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였다.
심야에만 광고를 할 수 있다 보니 제1금융권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이미지' 때문에 저축은행 광고에는 출연하지 않는 모델들이 많음을 상기하면 업계에서 '진퇴양난'이라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저축은행 광고들은 '아이디어'로 승부하고 있다. 광고 매체 또한 TV에 집착하지 않고 유튜브 등 인터넷과 옥외 광고를 늘리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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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K저축은행의 '태권브이' 패러디 광고 시리즈는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OK저축은행 공식 유튜브 계정 |
이 가운데 OK저축은행의 '태권브이' 패러디 광고 시리즈는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브이'를 색다르게 더빙‧편집한 이 광고는 국민들에게 친숙한 '태권브이' 주제가 멜로디에 OK저축은행 광고 카피를 얹어 브랜드 파급효과를 노렸다. OK저축은행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영상만을 기준으로 해도 이 시리즈는 400만 뷰가 넘는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은 저축은행들의 '아이디어' 광고는 어디까지나 미봉책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광고 규제에 대해 "브랜드 이미지나 수신상품 광고마저 못 하고 있어 제약이 많은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저축은행의 주 업무인 중금리 대출시장 활성화가 강조되고 있는 만큼 중금리 상품에 한해서 만이라도 규제가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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