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8 경제공약 대결②] '경제 살리기' 해법에 양당 시각차
[미디어펜=이원우 기자]목전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구애가 뜨거운 가운데 논쟁의 화두가 '경제공약'으로 쏠리고 있다. 막연히 경제문제는 어렵다고 느끼는 시민들이 많은 만큼 여야는 유권자들이 즉각적으로 흥미를 가질만한 '강력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이 가운데 경제를 바라보는 근본 관점에서부터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시각이 갈리고 있어 흥미롭다. 새누리당은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경제민주화' 주장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 "3% 성장, 어렵지만 반드시 해내야"

새누리당은 공약 1호부터 기업 구조조정 촉진, 기업 규제 정비, 우량 벤처기업 인수합병(M&A) 시장 확대 등 기업을 통한 경제 '성장'에 방점을 찍은 공약들을 다수 내걸었다. 

일명 '원샷법'으로 불리는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등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만큼 해당 법안들과 궤를 맞춰 세계경제의 변화 양상에 순발력 있게 대응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 새누리당 김종석 공약본부장(왼쪽에서 세번째)은 "정부와 정치권만큼은 (3% 성장이) 힘들다는 논리에 매몰되지 말고, 국민들에게 힘을 줘서 경제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본분"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추가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더하기 위해 새누리당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들의 자본을 투입해 부실채권을 정리해야 한다는 관점을 피력하고 있다. 또한 그런 작업을 수행하는 국책은행들을 위해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산은 채권을 인수하는 등 과감한 금융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만을 정하는 곳이 아니라 시중 막혀버린 돈의 혈류를 뚫어주는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새누리는 한국은행이 직접 주택담보대출증권을 인수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상환기간을 20년 장기분할 상환제도로 전환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의 '한국형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더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최운열 국민경제상황실장은 5일 아침 TBS와의 인터뷰에서 "(현행법상)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을 중앙은행이 인수할 수가 없다"면서 "인수하려면 정부가 보증을 서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결국 국가 부채를 증가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예고된다.

한편 일자리 분야에 대해서 새누리당은 내수산업 활성화와 투자 확대를 통한 고용창출, 관광 산업 등 미래 성장동력 육성, 국민맞춤형 일자리 생산 등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추천 10순위이자 공약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종석 홍익대학교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의 한국경제는 항생제와 항암제를 투여해야 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라면서 특별히 내수산업 활성화와 그로 인한 고용창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누리당이 공약으로 내세운 '경제성장률 3%'에 한국은행을 비롯한 여러 기관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는 점에 대해 김 공약본부장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정부와 정치권만큼은 (3% 성장이) 힘들다는 논리에 매몰되지 말고, 국민들에게 힘을 줘서 경제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본분"이라고 덧붙였다.

더민주 "보수정권 8년은 실패…경제민주화 해야"

한편 경제민주화의 '원작자'인 김종인 전 대통령 경제수석 비서관을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으로 맞아들인 더불어민주당은 예의 경제민주화 구호를 더욱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에 방점을 맞췄다면 더민주의 초점은 주로 가계와 기업의 소득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쪽에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더민주당은 현재 62% 수준인 국민총소득 대비 가계소득 비중, 62.9%인 노동소득분배율, 65% 수준인 중산층 비중을 각각 70%대로 향상한다는 '777플랜'을 공표했다.

또한 대기업의 갑(甲)질과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보호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 슬로건을 걸었던 점에 대한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더민주 측 한 관계자는 "선거 유불리에 관계없이 경제민주화에 집중하고 있는 건 더불어민주당 뿐"이라고 언급했다. 이용섭 더민주 총선공약단장 또한 "보수정부 8년간 불평등이 심화됐다"면서 "양극화를 해소하면서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 해법은 더불어 성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취업문제 해결을 위해 더민주당은 '청년 일자리 70만 개 창출'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다만 이를 위해 필요한 청년취업지원 예산 개편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설명이 없어 취지는 좋지만 예산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밖에 10년간 매년 공공임대주택 15만 가구 이상 공급(재고량 250만 가구 확보),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 대해서는 20만 원을 균등 지급하고 2018년까지 30만 원으로 인상한다는 공약도 나와 있다. 이는 새누리당의 '선별적 복지론'과 근본적으로 대조되는 접근이다.

한편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경제 살리기' 슬로건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김정호 특임교수(프리덤팩토리 대표)는 "경제를 근본적으로 살릴 수 있는 건 국회의원들이 아닌 개인과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국가의 역할은 새로운 경제 동력이 될 수 있는 산업을 개발하고, 모험을 선택한 이들이 성공했을 때 그들이 그 몫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뿐"이라며 '경제 살리기'를 명목으로 정치권의 영역이 지나치게 넓어지는 상황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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