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기준금리를 둘러싼 각국 중앙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과 유럽 등지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된 가운데 최근에는 금리인상 타이밍을 놓고 각국 중앙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총재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총선을 앞둔 한국에서는 한국은행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8일 이후 금융계의 이목은 브라질 중앙은행으로 집중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브라질국립통계원(IBGE)은 지난 3월 브라질의 물가상승률은 0.43%로 집계돼 2012년 3월(0.21%)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물가 상승세가 다소 꺾이면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인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7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이후에는 5차례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현 기준금리는 연14.25%다.
이 가운데 지난달 연방상원 경제위원회에 출석한 알레샨드리 톰비니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는 "기준금리가 당분간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브라질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고 물가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한 기준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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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재닛 옐런 의장은 지난달 29일 연설에서 "경제전망에 대한 위험요인들을 고려할 때 (통화) 정책 조정은 조심스럽게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기준금리 추가인상 요구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연합뉴스 |
세계 경제의 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은 언제나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재닛 옐런 의장은 지난달 29일 연설에서 "경제전망에 대한 위험요인들을 고려할 때 (통화) 정책 조정은 조심스럽게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기준금리 추가인상 요구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작년 12월 기준금리를 0.25∼0.5%로 올린 미국 연준은 지난 1월과 3월 연속해서 금리를 동결시켰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코네티컷 주 브리지포트 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세계경제의 부진과 같은 요인들이 미국 경제에 얼마나 부정적 영향을 줄지 불분명하므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며 옐런 의장의 의견을 지지했다.
다만 옐런 의장이 근본적인 관점에서는 금리인상에 찬성하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발표한 만큼 올해 중 미국 연준의 금리 추가인상의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4‧13 총선을 목전에 두고 '한국형 양적완화' 논쟁이 한국은행의 역할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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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취임 2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형 양적완화 공약에 대해 "중앙은행 총재가 특정정당의 공약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 |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경제공약으로 '한국형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들어 일대 논쟁을 야기했다.
지난 7일 강 위원장은 양적완화 공약에 대해 언급하면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역할론에 대해 강조해서 언급했다.
"중앙은행이 이제는 인플레만 막는 역할을 하는 시대가 아니라, 다른 선진국처럼 경제가 가라앉으면 그것을 일으키고 금융시장에 돈이 막힌 곳이 있으면 뚫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 그는 "한국은행이 됐든 경제부총리가 됐든 우리 경제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 때는 뭔가를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새누리당의 언급에 한국은행은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취임 2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형 양적완화 공약에 대해 "중앙은행 총재가 특정정당의 공약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한국은행도 우리 경제에 활력을 회복하도록 하고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인 이 총재의 발언은 새누리당 주장에 대한 '간접적인 부정'으로 받아들여졌다. 한은 안팎에서는 새누리당의 양적완화 공약과 중앙은행 언급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흔들어 중앙은행의 정치화(化)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은행은 오는 1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해 현행 연 1.50%인 기준금리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한다. 총선 직후 진행된다는 점, 7인의 금통위원 중 임기만료를 앞둔 4인이 마지막으로 참석하는 금통회의라는 점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 더욱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오는 5월 13일부터의 금통위에는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고승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 등 4명의 신임 금통위원이 새롭게 투입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비롯한 통화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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