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대학생 A씨는 정부 투자회사를 사칭한 곳으로부터 "학자금 대출이 있으면 취업과 매달 정부지원금을 100만원씩 지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A씨는 이 말을 믿고 대출 후 그곳에 입금을 했지만 돈을 받은 회사는 대출 상환 약속을 어기고 도주했다.
대학생 B씨는 생활비를 비롯한 자금상황이 어려워져 대출 가능한 창구를 모색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국 쉽게 대출이 가능한 대부업체를 이용했으나 고금리로 인해 이자가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대출과 이자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B씨는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대학생들이 부족한 금융지식으로 인해 예기치 않은 곤경에 빠지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각 대학교에 교양과목으로 '실용금융'을 개설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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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이 '실용금융' 강좌를 각 대학교 교양과목으로 개설할 것이라고 11일 밝혔다. 이봉헌 금융교육국장이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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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원장 진웅섭)은 1년 내 100개 대학, 5년 내 300개 대학을 목표로 '실용금융' 강좌를 각 대학교 교양과목으로 개설할 것이라고 11일 밝혔다.
이날 오전 금감원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금융교육국 이봉헌 국장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금융지식 습득 수준은 대단히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12월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을 포함한 20대의 금융이해력은 61.8점을 기록해 타 연령층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현재 소비에 대한 선호 등 금융태도 항목의 점수가 낮았으며, 예금자보호나 투자 상품의 원금보장 여부 등 실용적인 금융지식이 크게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생들의 부족한 금융지식과 취업난, 등록금 부담 등을 노린 금융 사기나 각종 금융피해 사례가빈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감원은 이미 이러한 정황을 파악하고 지난 5년간 매년 100회 이상의 대학생 금융교육을 실시해 왔지만, 대부분 신입생 특강 등 1회성 교육에 한정된 형편이라 진정한 지식함양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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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 |
이에 이 국장은 "금융에 대한 기초지식은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해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이 되고 있는 만큼 사회진출 전에 실용적인 금융지식을 습득토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학생에게 실제 생활에 필요한 금융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실용금융' 강좌 개설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미 초‧중‧고등학생들에 대해서는 작년부터 '1사 1교 금융교육'을 추진해 전국에서 3000개가 넘는 학교들이 참여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지난달 29일 대학생들에 대해서도 금융상품의 이해, 부채와 신용관리, 연금, 보험, 금융소비자보호 제도 등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금융지식을 배울 수 있는 '실용금융' 강좌 개설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한 상태다.
계획에 따라 금감원은 오는 12일부터 전국 모든(373개) 대학에 '실용금융' 강좌 개설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의 금감원장 서신과 리플렛을 발송한다. 금감원 임직원들도 전국을 순회하며 교육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각 대학 관계자 등에게 '실용금융' 강좌 개설의 취지와 추진방안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실용금융’ 강좌를 개설하고 금감원에 지원을 신청하는 대학하는 대학에게 교재와 강사 등을 지원한다. 교재의 경우 금감원이 직접 개발한 '대학생을 위한 실용금융' 책자를 수강생들에게 무료 제공해 교재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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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감원이 직접 개발한 '실용금융' 교재 /금융감독원 |
강사의 경우 금융감독 업무 경험이 풍부하고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금감원 직원을 강사로 지원한다. 이 국장은 "이미 14개 대학 17개 강좌에 금감원 강사를 지원 중이며, 대학과 수강생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봉헌 국장은 이번 '실용금융' 강좌의 확산이 대학생들의 올바른 금융습관 형성에 도움을 주고 사회적응에도 보탬이 되며 장기적으로는 금융산업의 발전에도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금감원 측은 이번 '실용금융' 프로젝트의 '장기적 호흡'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단기간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호흡으로 꾸준히 추진하되 1차적으로 1년 내 100개 대학 5년 내 300개 대학에 개설하는 것을 목표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는 계획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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